진도 맹골수도孟骨水道의 봄
하늘도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
눈물 닮은 봄비 뿌리고
빗소리 차갑다
4월은 대지만 잔인한 줄 알았더니
4월의 바다는 서러움에 잠들지 못한다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구만리장천에서
떠도는 여린 꽃잎들
다시 돌아올 길 끊겼으니
오늘
내쉬는 더러운 체념은 누구의 주머니 속에서 통곡하는가
내리치는 천둥번개는 누구의 호통인가
밤마다 찾아오는 회색빛 절망은 누구의 한숨인가
바람 한 줌 없어도 소용돌이치는 너의 가슴은 누구의 분노인가
진실을 내놔라 외쳤지만 한낱 메아리뿐
무수한 성자聖者가 다녀갔어도
세상은 달라진 것 없어
끝 모르는 폭포처럼
내리는 눈물
참 · 담 · 함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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