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의 숨은 그림 찾기
70살을 한참 남긴 어느 날
세상이 보기 싫다며
자기 발로 치매로 뛰어 들어가 버린 그미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동해의 고래였을까
샛노란 은행나무잎, 어릴 적 뻐꾸기, 하얀 찔레꽃, 비 오는 날의 장화와 우산
혹은 사랑, 재물, 행복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먼 옛날 상실한 자존심을 찾았을 것이다
잊고 싶은 기억들 속에서
그미의 기억 속에 새파랗게 남은 것은
빨간 참돔회와
푸짐한 양념갈비와
‘봄날은 간다’와
사위에 대한 믿음이었다
비 그치면
양평 산소 가는 길에 영산홍 꺾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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