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야압馬祖野鴨 - 어느 겨울의 오후에
해는커녕 달조차 없어 어두운데
날아가는 들오리를 보라 하는가
해와 달이 합쳐지면 무엇이 될 것인가
구름이 해와 달을 가려도
그 위에서 빛나는 것을 가리지 못 하리
코를 비틀지만 코는 배꼽 아래 단전에 있고
“할” 소리치지만 귓구멍은 엄지발가락에 있다네
봉으로 왼쪽 어깨를 내리치면
오른쪽 어깨마저 내주고
깨어남과 깨달음 또한 필요 없으니
화두 같은 것은 바람에 실려 보내고
붓다의 마음을 알았다면
붓다의 말을 흉내 내지 말고
붓다의 행동을 따라 하라
나 이제 한 마리 장산곶매가 되어
하늘 높이 날으리라
2016. 1. 20.
*마조야압馬祖野鴨 : 불가의 공안집 벽암록 제53칙에 나오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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