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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합죽선合竹扇의 꿈

합죽선合竹扇의 꿈

 

 

 

해남海南 순례 가는 길가

포도 과수원집 뒤란 대나무숲

샛바람에 댓잎들 스쳐 막내딸로 태어나

남 다른 꿈 지녔다가

 

재 너머 향교 밑 당숙의 합죽선으로 몸 바꿔

매화로 치마폭 물들이며 흐드러졌으니

병신춤 공옥진의 옥수玉手에서 한을 펼치며

기구한 삶 식히는 바람도 되었다가

 

매화 져서

찢어진 몸으로

죽음은 한 번이 어렵지 세 번은 쉽다며

판소리 명창 손에 쥐어진 삶

 

춘향의 옥중가 진양조로 시작하여

쑥대머리로 넘어가는 중모리에서

느린 장단으로 쫘악 펴졌다가

춘향이 사랑을 나눌 때는

중중모리로 솟구치고

자진모리 어사출두에서 마패로 몸 바꾼다

 

임당수에 빠지는 심청도 되었다가

심 봉사 지팡이로 몸을 바꾼다

적벽가 조자룡이 헌 칼을 휘두를 때는

휘모리에서

흥부의 톱타령에서는 엇모리 장단으로 비스듬이

톱으로 거듭 난다

 

수궁가는 항상

얼씨구 지화자 흥이 절로 나니

 

둥 딱 둥둥

판소리 열두 마당 다 끝나면 그때

내 고향 대나무숲으로 돌아가리

 

먼 삶의 끄트머리에 선

포도과수원집 도련님 향한 마음

새파란 정가正歌로 곧게 펼치리

엇중모리 장단으로 덩-더꿍 덩 덩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의 순으로 빨라지고 엇모리는 변주, 엇중모리는 뒤풀이에 쓰인다

*정가는 가곡, 가사, 시조 등으로 주로 지식층이 즐기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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