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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인의 책상

시인의 책상

 

 

 

불암산 향해 열린 창문으로 천상의 노래 들리는 새벽

오늘은 왜 일어났는가를 생각하며

마주 앉는 오래된 책상 위에는

둥지처럼 역사와 문학과 과학과 철학과 종교와 음악이 졸고

시는 깨어있다

 

(역사)

토사구팽의 한신을 보며 믿지 말라 인간을

돈이 없어 불알 짤리는 사마천

잔인하여라 인간이여

나 같으면 목 짤리고 말지

조광조의 사약과 정약용의 17년은

원상회복 불가능 영역

 

(문학)

침묵의 즐거움 누리며 항해하는 넓은 바다에서

에이허브 선장의 백경잡을까

내친 김에 남극 가서 새우라도 잡아야 하나

옛적 바다였던 히말라야 가서 눈표범 잡을까

 

(과학, 우주물리학)

우주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가설들

빅뱅, 빅립, 빅프리즈, 빅크런치,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불가지론不可知論으로 무장하여 우주 끝까지 가서

기어이

우주의 끝을 보고 올까나

간 김에 블랙홀 들러 헤엄치다 올까

 

(철학과 종교)

철학과 종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혹은

철학과 종교가 만나면 무엇이 될까

를 생각하다

 

(원불교 일원상)

마침 동그랗게 울리는 자명종 소리 벼락 치면

삶과 죽음의 해탈문解脫門 열릴까

다 타버린 장작더미 뒤적이며

다시 불붙이는 것에 미치지 않으리

 

(음악, )

시인을 신과 동격으로 생각하거늘

시를 써야 하는 숙명을 베토벤의 운명으로 알며

하루를 닫는 그대는

끝 모를 진리가 깃든 곳

 

바다에서 산에서

연꽃 속의 보석같이 소중한 시인이여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경배의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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