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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비목碑木

비목碑木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연성리 산1번지

의성 김씨 세장산世葬山 표지석

산죽나무 속에 숨어있고

300년의 역사를 묻은 곳 전설 속 패랭이 명당

오래 된 묘 40여기

10대조 묻혀있다

 

기막힌 가훈 둘

남이 도모하는 일에 보증을 서지 말지어다,

일가를 이루고 싶으면 늦더라도 혼자의 힘으로 하라.‘

이것을 지켰으나

부모님 섬기지 못했으니

남는 회한

 

부모님 산소

밑에 잘 생긴 주목 한 그루 심고

앞에 작은 편백나무 비목 세우고

육신은 태우고 평장으로

여기 묻어라

 

비문에는

여기 보살의 세계를 꿈꾸며

세상과 하나 되기를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으니

다시 환생할 것을 다짐한다

다만 때 묻은 거울조차 닦지 못하고

육신이 흩어짐을 아쉬워하노라

 

유언의 실천은 남은 자의 몫이거늘

내 어찌 알랴

 

*첫 번째 시집<바람의 그림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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