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 아리랑
봄눈 기다리다
이승에만 꽃 피는 줄 알았더니
변방에 봄눈 내리면
아리 아리랑
산수유 필 무렵
1400살 먹은 주목 보러 정선 땅 두위봉에 올랐더니
능선길 상고대 만나고
하늘에서 꽃이 떨어졌다
부디 긴 여독 풀고 봄눈 뒤에 숨으라고
눈 내린다
눈과 하늘의 차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간 사람은 봤어도
저승에서 이승으로 온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마치 눈과 하늘의 구별이
삶과 죽음의 구별만큼 모호할 때
하늘에서 내리는 꽃을 보라
고난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연민의 모습으로
엄살 많아진 얼굴 씻으라고
정선아리랑 한 자락 펼치면
아우라지 언 강에 눈 내린다
아리 아리랑
아리랑은 한恨 아닌
자유가 되어
마침내
구름 걷히고 햇살 내릴 때
눈 스러지며
우리의 겨울은 싱겁게 끝난다
아리 아리랑
*첫 번째 시집<바람의 그림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