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나비 / 도봉별곡
당신은 꿈속에서 꿈을 꾼 적이 있습니까
봄날 꿈속의 나비처럼
등에 달빛 투명한 날개가 돋고
배는 천 개의 주름이 무늬 지니
천 년이면 꿈속에서나 흐를 시간인데
도봉산 졸참나무에
곤줄박이 동고비 박새 둥지를 틀고
서산에 보름달 뜰 때
가린 먹구름 손 뻗어 열어 제치는
기파랑*의 기개는 어디로 가고
한 마리 나비만 월계수에 앉아
즈문* 해를 살았다고 날개짓한다
달에 비친 나비를 보며
나비가 나인가
봄밤의 꿈을 떠돌다 깨어보니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즈믄 : 천의 옛말
*기파랑 :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 나오는 신라 화랑.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 불가의 1700개 화두 중 하나. 판치생모板齒生毛. 조주 선사의 제자가 조주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까닭은 무엇입니까?”고 묻자 조주가 대답한 말에서 유래.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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