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자 / 도봉별곡
아침마다 해는 떠서 따뜻하게 혹은 뜨겁게
햇살은 가리지 않고 내린다
봄날 오후는 꼭 바람이 불어온다
운명은 슬프다고 하는 순간 슬퍼지는 거야
하여 매일 슬프다고는 하지 마
비는 슬퍼서 뿌리고
안개는 괴로워서 피어나지만
천둥번개는 악한 것에만 치는 것 아니거늘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세상의 중심은 자연이야
원인과 결과의 안개 속에서 만나는
한 구석일 뿐
세상이 저지른 행위의 그림자 따라
더 살아봐
사는 것은 꿈꾸는 일이고
꿈속에서 사는 게 삶이어야 해
운명은 앞에서 오고 숙명은 뒤에서 온다고 생각해봐
조금은 위로가 될 거야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작은 그림자
네가 자연이야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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