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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청산도靑山島 / 도봉별곡

청산도靑山島 / 도봉별곡

 

 

 

봄 한 철 청보리는 대지의 파도런가

유채 꽃물결 바람의 미소

계절 흘러 쪽동백이 머리에

윤기로 앉고

 

먼 하늘 아래

버선코처럼 흐르는 황톳길에

서편제의 두 사내와 송화의 진도아리랑이

시간을 되돌려 구성지게

어깨로 와 덩실댄다

 

쪽빛 바닷가 물어미들 구름빛 숨비소리는

갓 올린 해삼 멍게 전복에

눈물 감추고

 

초분 옆 바닷솔 불여귀不如歸*

철 지난 된바람에

어미의 젖가슴 흩어진 울음소리

포구 끝 눈 먼 등대의 어둠에게 보낸다

햇빛 같은 바람

바람 같은 햇빛

달 같은 별

별 같은 달을 품어야 사는 섬사람들은

짚으로 엮은 배를 띄울지라도

자식이고 어미인 섬을 떠날 수 없지

 

부둣가 막걸리 집 주모의

목 쉰 육자배기 타령에

귀 먼 바닷새가

씻김굿으로 화답하는

그 섬은 시간이 늦게 흐른다

 

결코 멈추지 않으면서

멈추게 하는 마음속 느린 섬

청산도*

 

 

*청산도 : 슬로시티. 느리게 살기 미학을 추구하는 곳

*불여귀 : 소쩍새

 

*첫 번째 시집<바람의 그림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