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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도량석道場釋, 법주사 쌍사자 석등을 돌며

도량석道場釋, 법주사 쌍사자 석등을 돌며

 

 

 

도량석을 자장가 삼아 치달아온 새벽

찬비 내려 안개로 변해갈 때

밤새 밝힌 석등 속 촛불은

누구의 이별을 위하여 밤을 홀로 지새우는가

 

석등을 돌며

부르는

촉촉한 새벽안개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붓다의 텅 빈 노래

 

삼년 갇혀 간수 빠진 소금처럼

싱거워진 이별 보내면

안개 걷히고

자작나무 튼 살과

옷 털어 가벼워진 옻나무와

찬바람에 벼린 송곳잎 매단 전나무와

기어이 떠나고야 말 새벽과

촛불 꺼지지 않아도 찾아오는 아침은

소소리바람같이 숨차게 결별하면서

 

이른 봄 솟는 죽순의 숨은 기억 속에서

밤새 울었던

사자와 촛불과 연꽃은

무엇을 위하여 아침에 깨어나는가

두 팔 벌려 해를 맞는가

 

 

*법주사 쌍사자석등 : 국보 제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