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할머니, 동문서답 / 도봉별곡
하나의 몸으로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산다
하루 오전에 한 끼만을 얻어먹고 사는 거지에게 밥을 퍼주면서 할머니가 묻는다
-당신은 거지입니까
-밥 한 끼만을 탁발하니 중과 같습니다
-밥은 그대에게 무엇입니까
-살기 위한 것이며 살아 있어야 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 끼의 식사는 나의 귄리이며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면 행복은 그냥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권리는 무엇입니까
-살아있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입니다
-살아 있음은 무엇입니까
-깨달음을 알기 위한 것입니다
-깨달아서 뭐 할 것입니까
-먼 옛날 스승이 깨달음은 나를 아는 것 나아가 나의 본성을 아는 것 깨달음은 인격의 상승적 변화가 아닌 마음의 열림을 뜻한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마음에게 물었습니다
-마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와 겸손과 검소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할머니가 돌아서면서 혼잣말로
-쳇 무책임하고 게으른 것이 자유냐 없으니 겸손은 당연하고 거지가 검소는 무슨, 얻어먹는 처지에 놀고 자빠졌네
거지가 할머니 뒤통수에 대고
-젠장 밥 한 끼 주면서 되게 귀찮게 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