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바다 -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읽고 / 도봉 김정남
날개 없는 것을 한탄할 것 없다
때로는
북쪽 깊은 바다
물고기 곤鯤이 삼십 리 날개를 가진 붕鵬이 되거나
달이 반쪽으로 깨지거나
은하수가 하필 지리산 한신계곡 옆에 자리 잡고
은하계곡이 되거나
별이 사탕으로 둔갑하거나
태양이 얼어버리거나
구름이 과자가 되어 배고픈 자가 먹으면
번개가 배신의 엉덩이를 때리거나
바람이 땀 흘리는 농부에게나 불어 비 뿌리는
세상이 되어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 유전자임을 주장하는 리차드 도킨스가 틀렸거나
성선설을 주장하는 맹자가 맞고
성악설을 주장하는 순자가 틀렸다는
바보가 판치는 시공간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나도 바보가 되어볼까 공상한다
왜 지구는 부서지지 않고
더 버릴 것이 없어진 늙은 생일에
날개 달린 요트를 몰고 혼자 살 섬을 찾으러 떠나고는 돌아오지 않는
거친 바다를 향한 항해를 시작하는 꿈을 꾸는 바보가 되고 싶다
섬을 만나건 고래를 만나건 중요한 게 아니라네
다중우주와 평행우주가 물리학자들의 마음을 휘젓고 다니니
의심은 나지만
설마
장자와 나비의 꿈은 아니고 싶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