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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대양의 노래 / 道峰 金定南

대양의 노래 / 道峰 金定南

 

 

 

지난 밤 꿈을 꾸었다. 앞에는 작은 삼각날개를, 뒤에 큰 삼각날개를 단 요트를 타고 대양의 노래를 부르며 나가는 꿈. 돌아올 마음은 담지 않고 바람만 잔뜩 담았다. 식량은 없으니 단식으로 버틸 것을 다짐한다. 해가 마중 나온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며 낚시는 포기하고 바이킹처럼 약탈해서 살아갈 마음은 전에도 한 적 없으니 지금도 전혀 없다. 돌아오긴 영 글렀다. 내 삶의 굴곡을 닮은 파도는 마음속에서 바람 따라 춤추고 어스름이 하늘을 물들이자 집 생각이 났으나 역시 물결무늬는 아름다운 것. 아! 작은딸 이름에 아름다운 물결무늬 ‘미渼’가 들어있지. 머리를 털어 생각을 잠재우고, 바다 속으로 해가 들어가고 마침내 북극성이 밤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자 마젤란이나 바스코 다 가마 같은 바다의 방랑자들이 생각나서 용기가 솟고 가다가 죽을지언정 적도를 향했고, 남십자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죽는다면 멋진 일이다. 그 어떤 멍에나 고뇌는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나의 시간은 교차로를 빠져나와 안개가 되어 하늘을 떠돌고 있다. 바다는 금욕을 요구하고 금욕주의자가 되는 것은 편리한 일이다. 유행을 따를 불편함이 없으니 감기도 걸리지 않을 것이고 짐이 없으니 가벼운 깃털을 닮은 바람의 항해사. 시간은 나의 것이 된다. 바람소리가 노래가 된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