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겨울교향곡 / 道峰 김정남
모처럼 좋은 소식 있어
함께 떠난 가족여행
주문진에서 복어쓸개주에 복어회 먹고
동해의 해를 닮은 얼굴로
가자 젊을 적 설악의 마음으로
추운 바람소리에 지레 겁먹고
설악동 앞에서 돌아서는데
서운함이 뒤돌아본다
서운함 속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오고 가는 소리
봄꽃 피는 소리
여름 소낙비 내리는 소리
가을 단풍잎 떨어지는 소리
겨울 함박눈 내리는 소리
들어있고
아직 화채능선과 용아장성을 오르지 못한 것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을 배포는 남아있다
구곡담계곡 쌍폭에서 떨어지는 마른 물소리
토왕성폭포 얼음 어는 소리
용아장성龍牙長城 이빨 가는 소리
백담사 앞 맑은 호수가 없어져 터진 한숨소리
오세암 만해卍海 선시 짓는 소리
영시암 목수 나무못 박는 소리
수렴동대피소 새벽밥 짓는 소리
죽음의 계곡 눈사태 소리와 긴 비명 소리
나이 들어 우는 소리는 죄가 되지 않는다
가야동계곡 막걸리 따르는 소리
봉정암 범종소리에 칼잠 깨는 소리
대청봉 해 뜨는 소리
중청봉 달 지는 소리
울산바위 사철 부는 센바람소리
한계령 그만 내려가라는 소리
미시령 터널에서 부는 굴바람소리
진부령 단풍 익는 소리
무너미고개 밥 먹는 소리
끝청봉 안도하는 숨소리
장수대 칼 휘두르는 소리
대청봉대피소 코 고는 소리
대승령 “와-”하는 감탄소리
그 너머 흑선동계곡 원시림이 웃는 소리
대승폭포 바람 따라 하늘로 오르며 무지개 짓는 소리
설악동계곡의 낮은 단풍소리
공룡능선 낙엽 밟는 소리와 숨 가쁜 소리
용아장성 아직도 공룡들 노래 부르는 소리
공룡능선 올라 마등령에서 부는 휘파람소리
화채능선이 부르는 아쉬운 소리
비선대 선녀 옷 벗는 소리에 침 삼키는 소리
금강굴 도 닦는 소리
양폭 물 구르는 소리
나한봉 오백나한이 부르는 소리
수렴동계곡 안개 피어오르는 소리
십이선녀탕계곡 복숭아탕 엉덩이 닮은 소리
안산이 저 멀리서 다녀가라는 소리
권금산성 돌 쌓는 소리
흔들바위 흔들리는 함성소리
오색탄산약수 빨갛게 목을 넘기는 소리
남설악 점봉이가 부르는 소리
주전골 동전 세는 소리
흘림골 여심폭포 미소 짓는 소리
어울려
온갖 악기 소리 내면
그 여자의 웃음보다 고운 설악교향곡이 될까
내게는 가도 가도 아쉬운 한여름 넓은 나뭇잎 같았던 여자를 닮은 산
가도 가도 모르는 산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