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칼국수 / 道峰 김정남
피난민촌 친구의 집은 춥고 더웠다
친구의 어머니는 항상 다정했으며 누나는 예뻤고
두 분은 쉬지 않고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그미가 좋아했다던 이북의 수제비를 뜨지 않고
‘국수를 좋아하면 건강하게 오래 산단다’
쌀독에 쌀이 떨어졌다는 것을 에둘러 뜻한다는 것과
가난해서 미안하다는 것과
자식이 오래 살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담은
엄마의 몸짓이다
그 아까운 것을 얻어먹고도 맛있다는 말도 건네지 못했던 바보는
훗날 어른이 되어서야
국수가 최고의 은유적 사랑이라는 것을
엄마는 최고의 시인이었음을 알았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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