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교토 관서의 풍물기행 / 道峰 김정남
17자 하이쿠(俳句)
17자 센류(川柳)
31자 와카(和歌, 短歌)
를 겹치면 보이는
역사의 뒤안길 백제사百濟寺 뒤
많은 돌무덤 자리 잡고 새파란 이끼 눈물자국 아리다
나와 핏줄이 비슷하게 이어온 옛사람들 마음
지금은 안쓰럽다
시나브로 숨기는 사랑(忍戀) 딱 어울려 춤추는 낱말이다
시나브로 춤추는 사천왕사다
가난을 벗 삼아 고난을 친구 삼아
자신을 거친 바다에 홀로 뜬 섬으로 알고 섬을 의지하여 살아가노라면
얼마나 많은 밤에서 밤으로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숨을 고르고 의심을 풀지 말고
의심의 덩어리를 깨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낮을 견뎌야 할까 삶이여
놓치지 않고 붙잡기 위해 나는 오늘도 끝없는 길 위에 서서 잠이 든다
눅눅했던
66년 삶의 때가 조금씩 사라져간다 벗겨진다
때 묻은 슬픔이여 언젠가 형체도 그림자도 없어질 이 몸의 쓸데없는 감정
이국의 절에서 맞이하는 감정과 감회 사이에
기시감旣視感을 닮은 감동이 들어왔다
사흘 밤낮을 찾아도 십자가교회는 없었다
세월이 더 가기 전에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는 소설로 읽었으니 가지 않아도 괜찮지만
교토 은각사 옆 철학의 거리
카페에서 매일 커피를 마셔야 한다
‘설국’의 요코가 자살한 이유를 아직도 궁금해 하며
애잔함으로 지금까지 잠을 설치는 까닭이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