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1 / 道峰 김정남
무등산 입석대 억새바람 맞으며
하나는 눕고 하나는 서있다
오가는 길손마다 옛날 옛적엔 바다였을 거라고
보라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거라며
5. 18사태가 민주항쟁으로 바뀌지 않았느냐며
빨갱이들이 민주투사로 바로 섰다고
그 아래 장발재는 규봉암 가는 길이 나있는데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오리도 못가고 발병 난다고 말린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천왕봉 하늘을 올려다보니
서석대가 죄를 짓지 않을 자만 오라고 손짓하며 빛난다
이도저도 자신이 없어
증심사로 내려가 산문 밖에서
사천왕에게 사죄하고 내려와
5월이면 내리는 비 맞으며
구 도청 앞에서 무릎 끓고
광주천을 흐르는 부끄러움 앞에서 목을 놓았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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