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함백산 비구름 / 道峰 김정남

함백산 비구름 / 道峰 김정남

 

 

 

눈물 같은 비가 내린다. 슬픈 사람이 빗소리를 좋아

 

한단다

 

비로 만든 집에서 살았다는 시인이 있다

 

 

이른 새벽, 진흙으로 바른 따뜻한 방바닥의 흙 내음

 

과 함께

 

내리는 새벽비의 향기에

 

취해본 적이 있는가

 

 

산사(山寺)에서 능선과 계곡을 넘나드는

 

운무와 더불어 하루 종일 요사채의

 

양철지붕 위에 내리는 비의 향기를 맡아본 적이 있는

 

 

 

1,573 미터의 함백산에서 비를 흠뻑 머금은

 

무거운 구름이 중함백을 넘지 못하고

 

천년 주목의 숲에 떨어질 때 그 비의 향기를 본 적이

 

있는가

 

 

하도 슬프고 외로워서 맞는 비가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는 비를 맞아본 적이 있는가

 

 

하느님이 흘리는 눈물이 비란다

 

비의 향기는 무슨 색일까

 

비워있는 색깔을 채우려 비가 내린다

 

빨간 꽃잎에 비가 내리면 비는

 

그 꽃의 향이 되고 색깔이 된단다

 

파란 상추 잎에 내리면 파란 색이 될 것인가

 

 

 

비가 내리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는 세상은 늘 비가

 

내리는 줄 알며 살아가다 죽는다

 

요즘같이 비가 자주 내리는 날 태어난, 밝은 해를 모

 

르는 하루살이의 한계이다

 

우리도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살고 있지나 않는지 되돌

 

아 볼 일이다

 

가까운 곳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행복을 찾지 못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