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母國語 / 道峰 김정남
나의 모국어는 바람소리다
날마다 변하는 바닷가 파도와
초가 타오르며 녹는 소리와
이름 모르는 물새 소리까지 합하면
나는 다국어多國語를 듣는 사람이다
비록 벙어리여서 말은 못해도
들을 줄 알아
내 입은 열렸어도
눈 뜬 장님, 청맹과니를 닮아
말할 줄 모른다
우주 어딘가에서 바람을 가르며 다가오다가
나비의 꿈처럼 산화하는 유성우流星雨의 소리도 듣는다면
누구를 부러워 할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내일은 태풍이라도 불 것 같다
일 년에 세 번은 불어와야 속이라도 시원하지
인공人共* 때 억울한 죽음 많은 벌교의 꼬막이라도 잘 되지
*인공人共 : 인민공화국의 줄인 말
*제3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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