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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여래의 독백, 무문관無門關 / 道峰 김정남

여래의 독백, 무문관無門關 / 道峰 김정남

 

 

존경하는 수행자들이여

계율을 포함한 진리는 잘 설해졌다

비밀은 없다

행하지 않을 뿐

문이 보이지 않느냐

그냥 열고 들어오너라

 

일찍이 말했느니

태초부터 진리가 있었다

품어야 할 생각은 사무량심

실천해야 할 행동은 팔정도와 십바라밀

가상의 너는 오온으로 이루어졌고

오온 중

몸은 지수화풍 마음은 수상행식이니라

이것들은 생멸에 따라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한다

다만 선한 것과 악한 것은 끼리끼리 모이고 흩어진다

그러므로 선하게 살아 죽어서는

좋은 업끼리 뭉쳐 새 몸으로 태어나야 한다

 

세상 또한

지수화풍地水火風과 공과 식識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연기법은 세상의 존재 이유임을 명심하라

탐∙진∙치貪•瞋•癡는 모든 악과 독의 원인이며

걸어야 할 길은 중도中道, 곧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길이다

 

나와 네가 얽히는 것은 연기이며

삼독과 삼법인과 중도를 통해 12연기의 세계를 참구하라

 

가장 성스러운 지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다

여기 연기와 사성제, 공, 유식에 모든 비밀이 있었으나

풀고 가느니 의심하지 마라

 

옛날에 일어났더라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신화나 설화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어머니 마야 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 한 적 없나니 허황한 것을 믿지 마라

단호하게 말하노니 육신통 같은 초능력은 없다

미래를 첨치지 마라 그것도 허황한 것이다

오늘은 어제의 그것이며 내일은 오늘의 그것이다

업을 의심하지 마라 그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손해 볼 것이 있느냐

 

너희들은 궁금해서 물었을 테지만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14가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으니 앞으로도 그것을 알려고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라 그것은 수행자가 연구할 것이 아니고 연구할 사람이 따로 정해져있다

 

잠시 쉬었다 가자 숨이 차다

 

공空은 무無와 같지 않고 공空과 불공不空은 같이 간다

무는 유무의 무가 아니다

공의 요체는 진공묘유임을 가슴에 새겨 옷깃을 만질 때마다 생각하라

 

수행하면서 지켜야 할 5계와 비구계 비구니계는 승단의 지속을 위한 것이니 반드시 지켜라

나는 아라한이 되었으니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내 종족의 멸망조차 막지 못한 내가 무슨 성자이겠느냐

수많은 성자가 다녀갔어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느니

내가 죽어도 나를 섬기려하지 말고 너희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먼 훗날 도가와 유가 사상을 잘 버무린 격의불교가 나타나 선불교라 이름 짓고 간화선을 통한 수행법이 나타날 것이며 노자와 공자와 여래는 마음을 나눈 친구이므로 이것도 소홀히 하지 마라

 

신이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 내가 설한 것은 기억하기 쉽게 4언8구, 곧 슬로카라 한다 그것은 시의 형식을 빌었으나 여래가 신도 시인도 아니다

나를 스스로 깨어난 자 또는 항상 깨어있는 자로 기억하라

나는 신이 아니므로 내가 설한 것은 차라리 지혜의 철학에 가까우니

신은 진리에 관심이 없으므로

진리는 통해 신에게 들어가는 것을 단회하게 거부하라

신은 철학에 관심이 없고 철학은 자기를 통해 신과 접촉하지 마라고 한다

철학은 동물에게 없는 이성으로 살아가라는 거고

명상은 인격의 상승 같은 건 꿈꾸지 말고 행동하기 전에 숨을 고르고 생각하라는 거고

가르침은 행동하기 전에 생각을 하라는 거다

 

대승과 소승, 곧 상좌부, 티베트불교, 곧 밀교로 편 가르지 마라

높고 낮고 크고 작고 넓고 좁은 것이 따로 없다 모두가 중요한 나의 수행자들이다

내 고향 히말라야 산록의 티베트인들의 믿음도 같은 형제들이니 서로 다투지 마라

 

아아! 성스러운 수행자들이여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혹시 나의 현신이라 해도 믿지 마라

너 자신이 곧 나다 너를 보면서 나를 본 것으로 믿어라

평생을 중생 제도에 힘을 쏟았지만 내 생에 이루지 못 하고 가노니

너희들은 후생에 남은 힘이 있다면 중생 제도에 힘을 쏟기 바란다

 

*니까야 : 다섯 묶음의 초기 경전 모음. 붓다의 가르침은 3세기 경 인도의 통일군주 아소카 대왕에 의해 빨리어로 기록하여 스리랑카에 보존하여 전해졌다. 한국의 빨리어성전협회회장은 전재성 독일 철학박사로서 빨리어 번역의 독보적 학자이다.

1.디가 니까야 중국명 장아합경 34경

2.맛지마 니까야 중국명 중아함경 152경

3.쌍윷다 니가야 중국명 잡아함경 2875경

4.앙굿따라 니까야 중국명 증일아함경 2198경

5.꿋따가 니까야 중국명 소부경전 15경

 

*제4시집 <고양이의 눈>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