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불교의 만남; 니체의 불교 이해 및 서양의 무아(無我)사상을 중심으로[출처] 니체와 불교의 만남; 니체의 불교 이해 및 서양의 무아(無我)사상을 중심으로
도봉별곡2021. 2. 10. 04:14
니체와 불교의 만남; 니체의 불교 이해 및 서양의 무아(無我)사상을 중심으로
문제는 그의 사상의 중핵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의 그리스도교 비판의 논의는 비교적 많이 고찰해 왔으나, 그의 사상에 심층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와의 만남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본고는 니체가 어떻게 불교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또 이를 서양의 허무주의와 연결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철학의 가능성은 무엇인지를 그의 불교 이해의 맥락 속에서 다룰 것이다.니체의 불교와의 만남은 문화적 역사적 지성사적 맥락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는 (1) 헤르더, 슐레겔 형제, 외젠 뷔르누프 등에 의해 일어난 계몽주의 비판 및 낭만주의적 시각의 인도 연구와, (2) 유럽의 탈종교화와 연관되어 일어난 유럽의 자기정체성의 위기로서 허무주의 현상 및 불교 연구라는 문화적 지성사적 운동 속에 위치해 있다. 그는 쇼펜하우어, 도이센, 프리드리히 쾨펜 등 많은 그 당시의 사상가의 영향을 받으며 불교적 세계로 들어갔다. 그의 거의 모든 저서에는 알게 모르게 불교적 논의가 진하게 깔려져 있다.그가 이해하고 있는 불교의 모습은 두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불교는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허무주의 종교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수동적 허무주의’의 가장 유명한 형식이 불교인데, 이는 데카당스의 유럽문화 속에서 19세기 유럽에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둘째, 불교는 본래 위생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교가 원한감정에서 태어났다면, 불교는 원한감정이나 복수의 반대감정에서 태어났다. 불교는 고통과의 싸움 속에서 정신섭생의 구체적인 길을 찾는 위생학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본래는 삶과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니체는 후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니체의 불교적 이해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공명하고 있는 부분이 니체의 주체의 해체와 불교의 무아사상이다. 그는 주체란 하나의 허구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제법무아(nirtmno dharm)를 가르치고 있는 불교, 특히 금강경의 무아사상과 소통되고 있다. 인간의 진정한 구원가능성을 깨어있음에서 찾고 있는 니체의 불교적 사유는 나와 너, 서양과 동양, 문명과 야만 등 이분법적 대립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이를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존재론적 위생학적 치료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