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시

생채기 -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보고 / 道峰 金定南

생채기 -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보고 / 道峰 金定南

 

 

누구나 반백을 넘을 때쯤

죽어야 잊어지는 생채기 하나는 갖고 산다

생채기는 연기법의 적용을 받은 유위법有爲法*이라

바닷가 환영은 그미*만의 것은 아니어서

죽음 뒤는 빅뱅을 닮아

너도 나도 몰라야 산다

 

조금 치열하게 살아

세 개는 된다고 생각하면

열 개는 어쩌랴

봄여름가을겨울 비 소리가 다르고

입동, 바닷가에서 안개와 더불어 눈꽂 피는 소리가 들릴 때면

뜨겁고

미지근하고

찬물의 소리는 존재만으로 다를 진대

하마, 동짓달 찻물 따르는 소리가 같으랴

 

봄꽃은 비바람에 지고

한여름만 무성하랴

가을 단풍은 화려해서 무섭다

소한 강추위에 피는 꽃은 긴 겨울 지루해서 슬프다

하늘빛 눈이 내려준다면 고와서 안타깝다

장마 비 색깔이 다르듯

 

일일시호일

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어제는 과거, 오늘은 순간, 내일은 역시 영원

모른다

차 마시며

날마다 좋은 날 만들어

생채길랑 잊고 살아야 한다

 

안개 속 한모퉁이를 돌아가는 듯

생채길랑 모른 척 살아야 한다

 

*유위법 : 다수의 요소가 함께 작용하여 일어나는 현상. 곧 연기법의 적용을 받는 현상.

*그미 : 전라도 해안지방에서 그녀를 높여서 지칭하는 말.. 엄격한 의미에서 사투리가 아니다.

 

*제4시집 <방랑자의 노래>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