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당연시하는‘나’라는 개념은 안전함과 불멸을 추 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러한 실체론적인 자아개념에 의문을 제기한 최초의 사람이 붓다이다. 존재의 생성이 본 체로부터 유출(流出)된다거나 존재의 생성을 어떠한 본체 가 주재한다는 브라마니즘의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붓다는 ‘나’라는 존재가 현상적으로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체 로서의 자아는 없다고 주장한다. 불교가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유일한 사상이 있다면 그 것은 연기법이다. 연기(緣起;paticcasamuppaˉda)는 모든 것은 조건에 의해 생긴다는 뜻이다. 다양한 조건에 의존 되어 있다 하여 의존적 발생(dependent origination)이라 고도 한다. 서로 의존되어 있는 것으로서의 연기는 직선적 인과론(linear causality)보다 넓고 깊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는 서양철학에서 실체가 환경과 섭동을 통해 변할 수 있고, 작용 자체가 존재에 대신하며 본질과 현상을 구 별하지 않는 관계론적 사고와 연관된다.1) 연기법은 여래 (如來)의 출현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하는 진리라고 붓다에 의해 선언2)되는 보편적 진리로서, 불교의 기본 교리인 삼 법인, 사성제, 팔정도, 오온, 십이처 등이 모두 연기의 구조 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의 사성제(四聖諦)는 붓다 최초의 설법이자 깨달음 의 경험으로서 불교수행론의 중심에 서 있다. 사성제는 자 아의 현실태인 고성제(苦聖諦)와 자아의 성립조건인 집성 제(集聖諦), 무아의 증험인 멸성제(滅聖諦)와 무아의 체득 과정인 도성제(道聖諦)로 이루어진다. 사성제(苦集滅道)에 서 볼 수 있듯이 불교는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파악하고 이 고통의 근원이 집착이고 집착의 근저에는 존재 또는 자아 라는 실체를 고집하는 무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