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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

 

1. 연재를 시작하며

 

불과 2, 3년 전이었다. 불교학자 데이비드 드루스(David Drewes)는 국제불교학회지(JIABS)에 석가모니 붓다가 역사적 인물이 아니었다는 논문을 게재했다. 신선한 점은 그의 주장이 아니라, 그러한 주장이 가장 공신력 있는 불교학술지에 실렸다는 점이다.

 

비슷한 시기에 중앙아시아와 티벳불교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벡위드(Christopher Beckwith)는 프린스턴 대학출판사에서 ‘그리스인 붓다’를 출간했다. 벡위드는 여기서 석가모니가 룸비니에서 태어나 비하르 지방 근처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아니라 인도 북서부 간다라 지역의 이란인이라고 주장했다. 벡위드가 한국을 방문해 그의 주장을 피력할 때, 필자는 우연히 그를 대회장에서 논평할 기회가 있었다.

 

두 학자는 꽤 저명한 학자이며 신뢰할만한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영향력 있는 논문들을 기고해왔던 터라 이들의 돌발적인 주장에 한국의 불교학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고사하고 해외 학계조차도 이들의 주장에 대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침묵했다. 무시한 것이거나 그럴 리가 없다는 심증이 더 강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논의들은 거의 2백 년 전 불교연구가 시작될 무렵 유럽의 학자들이 논의해왔던 아주 구태한 주제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불연 이기영 선생이 늘 영민한 학자로 칭찬해 마지않았던, 베르나르 포르(Bernard Faure)는 최근의 책, ‘일천번의 삶을 살았던 붓다’를 통해 위의 학자들과 같은 극단적인 회의론의 전선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포르는 붓다의 일생이라는 것이 전설의 문턱에 있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전설의 의미는 허구라는 의미라기 보다는 반복해서 읽을 만한 이야기 꺼리를 의미할 것이다. 어쨌든 붓다의 일생은 오랜 창작의 전통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결론적으로 우리는 석가모니 붓다의 ‘역사적’ 일생을 기술할 수 없다는 속내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었다. 학자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자 커밍아웃일는지 모른다.

 

솔직히 불교 신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불교학자들의 글을 달갑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에 대한 어떤 기본적인 상식들이 도전받거나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쉽게 분노하거나 불쾌감을 표시하곤 한다. 그것이 자신의 신앙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자부할 때 더 그러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의 상식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던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의심하거나 그 근거를 되돌아본 적이 있던가. 석가모니는 정말 룸비니에서 탄생했을까, 그의 부모는 정말 정반왕과 마야부인이었을까, 그는 베다를 공부했을까. 이 모든 정보를 어떻게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일까, 어떤 근거로. 누군가는 해외 학술서를 뒤적이고 조금 더 부지런한 불교인은 산스크리트 경전이나 팔리 경전을 뒤적여볼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일 것이다. 그 정보들의 근거는 과연 신뢰할만한 것일까. 불교학자들의 임무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는 일이다. 불교학자들이 하는 일은 심지어 경전 자체를 의심하는 일이며, 룸비니에서 출토된 토기가 진품인지 후대의 모사품인지를 검토하는 일 따위도 포함된다. 불교학은 불교를 위한 시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연재를 통해 필자에게 던져진 요청은, 고타마 싯다르타 당시의 사회적 풍속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싯다르타는 어떠한 교육을 받았는지, 어떤 사회적 구조와 사상적 풍토 속에서 그가 살아왔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 질문은 사실 대답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세계의 어떤 불교학자도 이에 관해서 확정적인 대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최소한의 개연성 있는 대답이 어떤 것인지는 제시해 줄 수 있다. 이 개연성 있는 대답은 때때로 우리가 읽는 경전과 정반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경전도 역시 후대의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남지 않을지언정,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출처] 우리가 알고 있는 불교는?|작성자 양벌리독서실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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