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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철학과 예술의 관계 – 이ㅇㅇ 교수의 강의를 듣고 / 도봉 김정남 철학과 예술의 관계 – 이ㅇㅇ 교수의 강의를 듣고 / 도봉 김정남 사유思惟의 시작은 수동성과 우연성과 폭력성과 강제성을 동반하여 무능력을 확인 한 후 바닥을 치고 시작하는 어처구니없는 짓 같지만 결국 모든 철학은 예술을 향해야 하며 모든 예술에는 철학이 필수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창조성이 빠지면 사유가 되지 못하고 도돌이표가 된다는 것 철학은 분석하며 예술은 행동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3시집 에 수록 더보기
바람에 취하다 / 도봉 김정남 바람에 취하다 / 도봉 김정남 하늬바람이 불 때 도봉산 쪽동백나무에 머물며 동박새와 희롱하고 숨어있던 명주바람이 섞어내는 무늬는 새털구름을 닮아 구름을 끌어다 어깨에 붙이고 주인 없는 하늘을 난다 푸른색을 마음껏 들이킨 새에게는 하늘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칠흑이 내리고 별빛에 의지하다 바람에 취해 갈 곳 몰라 헤매다 떨어진 곳은 지리산 혁명의 피를 먹고 자란 산죽나무 숲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 지금 죄 없는 마지막 낭만을 위하여 꿈에도 그리던 한라산 백록담은 언제나 가볼까 나의 바람은 지리산 꼭대기는 가도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 그러나 바람을 타고 올라간 백록담은 혁명의 전설을 닮아 있었다 *제3시집 에 수록 더보기
바늘의 눈물 / 도봉 김정남 바늘의 눈물 / 도봉 김정남 우리 모두는 마음에 바늘을 꽂고 산다 바늘이 못이 되기 전에 못이 돌 깨는 정丁이 되기 전에 바늘을 빼야 반듯하게 산다 바늘이 보이지 않을 때 눈을 감으면 보인다 바늘이 사람을 찌르면 슬픔이 그것이 아픔이 되고 천을 찌를 때 옷이 되고 이불이 된다 세로로 설 때 창이 되고 바늘이 가로로 누울 때 나침반이 제몫을 하고 제대로 방향을 가리킬 때 온전히 자신이 된다 인간은 기억과 현실을 먹고 산다 행복은 기억과 인과가 만나 산술적 결합이 아닌 물리 · 화학적 반응을 통과하여 변화로 잘 버무려질 때 빛을 낸다 자신은 확신이고 남의 경험의 신념을 아집으로 볼 때 동굴에 가둔 행복일 수 있다 때로는 오랜 두려움이 반격이 아닌 반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반동은 인연의 버림과 떼어냄 떼어.. 더보기
빛과 소립자 / 도봉 김정남 빛과 소립자 / 도봉 김정남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시인 선생님은 행여 과학이 시의 소재가 되겠냐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주장은 빛을 잃어가고 빛의 속도와 중력의 속도는 같다는 것과 우주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한다는 가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더 많다는 방증이고, 우리가 앉은 의자와 딛고 서 있는 땅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원자를 이루는 전자의 전자기력의 강한 반발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를 이루는 원자핵, 곧 양성자 및 중성자와 전자의 성분이 소립자가 이루고 있으며, 원자의 대부분이 공간이라는 것은 종교와 철학의 진공묘유적 관계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감히 신앙으로 과학을 무시하거나 뭉갤 생각은 일찌감치.. 더보기
카뮈의 해를 그리워하며 / 도봉 김정남 카뮈의 해를 그리워하며 / 도봉 김정남 세상은 욕망으로 불타고 있다는 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방인이 되어 남한강 가는 전철을 타고 반짝이는 물결도 기억하여야 한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서른 가지도 기억해야 한다 어릴 적과 청년기에 읽고 그런 것을 쓰고 싶다는 ‘토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 지금은 시시해진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문학이 세상의 부조리를 치유한다는 망상은 버리고 지금 여기서 남은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현실에 놀라며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수상한 부조리를 이해하며 그때는 이해하지 못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빌리려 도서관에 가며 그 책도 시시하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랑했던 소녀들에 대한 회한은 보상이 필요할까마는 북한강을 지나는 전철.. 더보기
도봉산 6 도봉산 6 내가 사는 마을에는 사철 도봉이 웃는다 남들이 길의 꼭대기 도봉道峰이라 부른다, 이름대로 산이 되고 싶어서 산을 오르는 나에게 내 눈을 뚫는 자들은 나더러 중 팔자라 한다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 개의치 않는다 모두는 끊임없이 변한다, 살아남는 까닭이다 물은 구름으로 불은 열기로 사랑은 고독한 탐욕이다 고독을 잃고 한 겨울 바이칼 호에서 잠든다 깨어보니 개가 되어있다 개에 불성이 있다고 묻지 마라 우리는 이단의 모습으로 산다 증명 가능한 형이하학적 합리를 무시하고 과학적 진실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옛날에 일어난 기적도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그냥 설화나 전설에 지나지 않음을 모르지 않으면서 고집한다 그것들과 화합하지 못하는 고독은 내 도반道伴이며 영지領地 산 아래 오두막은 내 영지를 닮은 가.. 더보기
뭣이 중헌디? / 도봉별곡 뭣이 중헌디? / 도봉별곡 인생이 거칠어서 자체가 멍에가 될 때 별이 존재의 이유가 되면 좋겠소 환상과 환영이 환멸과 비슷한 의미일 텐데 모든 삶이 그런 것 아니겠소만 성찰을 자주 하다보면 통찰도 하게 되는 거라오 철학이 뭐 별 거겠소 살다보면 누구나 지혜는 생기는 법이요 그런 것들 버무리다가 가는 것이 영혼과 육신의 완벽한 해체라오 다시 돌아오는 건 내 몫이 아니라서 뭐가 중하겠소 현미경으로 봐도 보이지 않는 소립자나 망원경으로 볼 수 없는 별이 뭐가 중하겠소 차라리 산과 바다와 들꽃과 작은 새가 더 소중하지 않겠소 들꽃은 들에 핀 이유가 있고 새의 뇌는 콩알만 해서 자기가 숨겨둔 먹이를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새가 우연히 찾아 먹는다오 바람은 잘 날이 없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 않소 그러고 보면 .. 더보기
작은 선문답 / 도봉별곡 작은 선문답 / 도봉별곡 속박에 걸리지 않는 혁명을 닮은 5월의 바람은 거미줄 사이를 지나 현악기의 줄 사이를 지나고도 하늘에 닿는 발전소의 굴뚝을 말없이 지나 먼 바다 어선의 그물까지 날아갔지만 지치지 않아 결코 걸리거나 사라지지도 않았다 지장전 처마 끝에 걸린 풍경만 애긋게 흔들 뿐이다 사랑의 명주바람은 뒤에서만 오고 시련의 된바람은 시방삼세에서 온다는 선방禪房 조실 스님의 선문답만 작은 귀를 간지를 뿐 *제3시집 에 수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