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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시 읽는 새벽 / 도봉별곡 시 읽는 새벽 / 도봉별곡 오색딱따구리의 색깔 빚은 산을 닮은 시를 읽으면 하얀 바람이 부는 노래의 가사가 되고 안치환의 지리산 같은 입에서 나오는 노래에 어울리는 시와 맑은 정치가의 연설문의 일부가 되어도 어울릴 시를 본다 눈 시려 손 저리고 어깨 결리고 목 불편해 긴 글 편하지 않아도 어둑새벽에 뚝딱 해치우는 한택수 시집 한 권 명상 후 뇌파의 파장이 달라 치워버린 이랑이 긴 책, 헤세의 유리알 유희 눈 어두워졌어도 곧게 속 내비치는 직유와 미로의 은유와 회색의 환유와 맛없는 반어와 생략과 미소 띤 상징과 잔칫집의 축약이 전주비빔밥인 양 미치게 잘 버무려져 환장하게 맛난 시가 좋다 젊었던 날 당단풍이 빛나는 지리산 피아골 빨치산처럼 슬픈 혁명의 해를 그리며 노랗게 바람난 샛바람에 실려 창문 두드리는 .. 더보기
시 읽는 새벽 / 도봉별곡 시 읽는 새벽 / 도봉별곡 오색딱따구리의 색깔 빚은 산을 닮은 시를 읽으면 하얀 바람이 부는 노래의 가사가 되고 안치환의 지리산 같은 입에서 나오는 노래에 어울리는 시와 맑은 정치가의 연설문의 일부가 되어도 어울릴 시를 본다 눈 시려 손 저리고 어깨 결리고 목 불편해 긴 글 편하지 않아도 어둑새벽에 뚝딱 해치우는 한택수 시집 한 권 명상 후 뇌파의 파장이 달라 치워버린 이랑이 긴 책, 헤세의 유리알 유희 눈 어두워졌어도 곧게 속 내비치는 직유와 미로의 은유와 회색의 환유와 맛없는 반어와 생략과 미소 띤 상징과 잔칫집의 축약이 전주비빔밥인 양 미치게 잘 버무려져 환장하게 맛난 시가 좋다 젊었던 날 당단풍이 빛나는 지리산 피아골 빨치산처럼 슬픈 혁명의 해를 그리며 노랗게 바람난 샛바람에 실려 창문 두드리는 .. 더보기
텅 빈 만남 / 도봉별곡 텅 빈 만남 / 도봉별곡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 무소유라던 법정 스님의 말씀대로 서재가 있어도 아내의 집이니 내 소유가 아니고 작년에 10년 동안 보지 않은 책을 버리니 다섯 개의 서가 중 4개가 비었고 나머지 20%의 손때 묻은 책은 필요한 거고 남은 것은 두 개의 노트북, 하나의 넷북, 테블릿PC와 서재를 지키는 오래된 PC는 최소한의 필수품 생활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고 얻어먹어도 미안함 없고 사줘도 자랑할 일 아니고 그렇다고 머리통까지 떼어 줄 수는 없고 비로소 만나게 되는 무소유 홀가분하게 진공묘유*의 뜻을 새기며 바람소리에 웃는다 *진공묘유眞空妙有 : 진공(眞空)이 바로 묘유(妙有)라는 뜻으로, 참된 공이란 이 세계의 사물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의 존재 양상이라.. 더보기
사리舍利의 기억 / 도봉별곡 사리舍利의 기억 / 도봉별곡 "큰스님 비 들어갑니다" 의도한 착어錯語 "나의 다비 끝, 허황한 사리를 찾지 마라, 그것조차 무겁다" 법정 스님의 유언은 잘 지켜졌다 성철의 유언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제자는 스승을 닮아가는 법 오대산 청학동 계곡 끄트머리 노인봉 가는 길가 산사 뒤 숨어 있는 덤불 속 중들의 부도가 돌이끼 희끗희끗하게 낀 장승인 양 키 작은 모습으로 산객을 흘깃 훔쳐보며 삐딱하게 서 있다 숨어 있음은 부끄러움의 아름다운 변명 사리는 업이 남아 차마 타지 못해 형형색색으로 빛을 내는 것 수행의 결과라는 것은 한낱 세상 눈과 귀 속이는 하릴없는 허구 죽음과 삶 사이 절박한 순간에도 명주실 같은 틈이 있어 틈 속에 업이 들어있다면 사리 하나에 바람을 잃고 사리 둘에 구름을 찾아 사리 셋에 그보.. 더보기
당당한 슬픔, 슬픔이여 안녕 / 도봉별곡 당당한 슬픔, 슬픔이여 안녕 / 도봉별곡 슬픔은 당당한 언어가 아니다 고통이 온다고 모두 슬픔으로 변하는 게 아니듯 사랑의 반대가 이별이 아니듯 사랑의 끝이 슬픔도 아니다 남용의 쑥스러움에 비굴하지 말되 부끄러워하고 낳아준 엄마에게 고생했다고 감사해 하고 엄마는 아기에게 이 풍진 세상에서 스스로 잘 헤쳐가라고 용기를 주고 늙으면 버릴 것 많아 좋겠다고 위로하고 죽도록 아플 때는 하늘의 뜻이니 참아보고죽게 되었을 땐 안녕 세상이여, 잘 살았다 웃고가족이 죽었을 땐 운명이라고 가슴에 묻고 눈물은 헤프지 않게 실연을 당했을 땐 사랑이 다시 돌아오는 건 행여 바라지말고, 그 쓸쓸함을 반추해보면 세상의 반은 여자거나 남자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땐 운이 내 편이 아니어서 안타깝고 돈을 잃었을 땐 돌고 도는 것이라 .. 더보기
용문사 낙조 / 도봉별곡 용문사 낙조 / 도봉별곡 새벽달이 가늘게 기울어가며 가을 닮은 명주바람이 분다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어둑새벽에 오늘은 굵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일어선다 두물머리 지나 남으로 난 길 따라 회한과 집착으로 평형을 유지한 바퀴를 달고 마파람을 앞세운 열차는 졸음을 쫓으며 단호하게 달린다 햇빛은 차가운 강을 태우고 열린 남한강은 무정하게 초가을을 쳐다본다 요사채 밑 자비무적慈悲無敵을 새긴 화강석 앞에서 핏빛 양귀비꽃은 잔혹을 보태며 요염하게 피보다 슬프게 피었다 사천왕의 눈빛보다 강하게 피었다 나의 전생이 절을 지키는 금강역사였을 가능성이 궁금해져 천년 은행나무에 묻는다 당신의 전생은 무엇이었느냐고 은행나무는 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내 업은 영원히 나무라고 다만 자신의 키가 하늘 끝에 닿을 때까지 .. 더보기
반가사유상*의 미소 / 도봉별곡 반가사유상*의 미소 / 도봉별곡 열릴 듯 닫힌 고뇌 신은 있는 듯 없는 듯 하늘에서만 놀고 모두를 위해 나를 버린 듯 미소 짓는 그대 없다 없다 실체란 없다 세상은 네가 만든 형체 없는 그림자일 뿐 우리는 진화하고 또 진화하자 우리 모두 신이 될 때까지 성자聖者란 비 같은 것 흐르면 남는 게 없었다 *반가사유상 :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하였다. 인도에서는 3세기경 처음 등장 *제2시집 에 수록 더보기
무념무상無念無想* / 도봉별곡 무념무상無念無想* / 도봉별곡 통장 잔고를 보니 한 자리 수 맘이 편해지네 - 17자의 하이쿠 침묵 속에서도 언어는 익어가고 허공 속에서도 마음은 깊어가는 것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우리는 익어가고 깊어가면서 나와 내 안의 신성한 내가 만나면 모든 신은 우상에 지나지 않는 것 뇌가 없어도 기억은 유지되고 심장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진리라는 것이 완전하다해도 우리는 사유思惟 없이 가부좌만으로 의심을 깰 수 있을가 무념무상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묵조선*은 말한다 늦어도 그 방식으로 충분하니 구경하면서 천천히 가자고 간화선*은 독촉한다 멀고 가파른 길 언제 올라가느냐고 소리치며 몽둥이로 때리며 깨달음이란 ‘깨짐’의 언어 변화이므로 무명*에서 깨어남과 같으며 선각자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