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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사모곡思母曲 1 사모곡思母曲 1 어머니와 나 사이에 불문율이 있었다 서로의 요구를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 것 죽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한겨울의 한낮 회갑 때 사진 보며 어머님 그리워 설레는 마음 사모곡思母曲 2 앞으로도 절대 이 좁은 시골로 돌아올 생각 하지 마라며 서울로 보낸 아들 사내가 남한테 뭐든 얻어먹는 거 아니다 네가 사라 하시며 하숙비보다 많은 용돈을 보내주시고 외아들에게 10억을 물려주면 10억 짜리 바보를 만든다며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논밭산포도과수원 팔아 설립한 영광 양로원 양모養母 겸 작은어머니의 가슴 도려내는 비밀 더보기
여자사람들의 혁명이 끝난 후 / 도봉별곡 여자사람들의 혁명이 끝난 후 / 도봉별곡 내가 여자사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이유는 여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시절이 있어 모든 것은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었다 고대 인도는 여자와 노비와 개와 까마귀를 동격으로 간주했다니 얼마나 야만적 남성들입니까 달을 보면 30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혁명의 방법은 30가지밖에 안 되는가 30가지면 충분한가 고민과 혁명은 길어서는 안 된다 마음은 바람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이 마음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이다 밤과 달은 혁명을 부르고 도와준다 밤의 혁명이 끝나면 아침이 밝아온다 세상을 바꿀 초인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것을 밤새 모른 니체의 과오는 매우 크다 혁명의 방법은 여자가 만들고 여자의 시대가 온다 딸 회사의 성희롱 사건은 작지만 좋은.. 더보기
비빔밥의 이율배반二律背反, 역설, 패러독스 등 / 도봉별곡 비빔밥의 이율배반二律背反, 역설, 패러독스 등 / 도봉별곡 여러분에게 맛난 점심으로 비빔밥을 제공하겠으니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1시까지 약수도서관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단, 1시를 넘기면 공짜는 없는 것으로 하되 늦으신 분들은 자신의 돈으로 드시거나 굶거나 알아서 할 일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비빔밥에 들어갈 재료가 궁금하시면 미리 공개합니다. 뻣뻣한 직유, 지난봄에 지리산 달래봉에 가서 고사리를 따왔는데 산주인에게 들켜서 혼났소. 감칠 맛 나는 은유, 비빔밥에 고추장이 빠지면 맨밥에 참기름 없이 일본간장도 아닌 조선간장으로 밥 비벼먹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맛을 상상에게 맡깁시다. 고교시절 저의 시골 친구들이 광주로 유학 와서 먹던 것인데 서너 번은 먹을 만한데 다섯 번째부터는 정말이지 맛이.. 더보기
양수역에서, 두물머리의 노래 / 도봉별곡 양수역에서, 두물머리의 노래 / 도봉별곡 어둑새벽까지 떠나지 않는 불면과 외로움을 만나기 위해 낡은 원고지에 추억의 시간을 그리는 늙은 시인은 지난 것은 그리움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즐기는 것이며 버리고 비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시집도 지우는 짓이다 고 생각한다 비꽃 떨어지면 서리가을 맞으려 아침을 떠나 용을 숨긴 늪을 품은 두물머리를 지날 때 늙은 시인의 얼굴은 전설을 닮아있다 그리다 만 추억의 미완을 후회하며 여우비 틈으로 나온 낮달과 손가락 끝을 보니 그들 사이 누구도 모르는 갈애渴愛가 자리 잡는다 갈애는 남북으로 갈라지고 손가락 끝과 달 사이의 신화는 자존과 겸허로 이루어진다 늙음이 채찍질이라면 채찍이 유혹이라면 시를 사랑하는 만큼 시를 쓰는 것 말고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짓에 서툴러도 그는 자신.. 더보기
돌탑 길의 단풍 / 도봉별곡 돌탑 길의 단풍 / 도봉별곡 강원도 정선 땅 노추산 모정탑길 중턱 계곡에 쌓은 수 천 개의 사람 키보다 높은 돌탑 할머니는 한을 쌓았다 자신의 탑을 다 쌓은 그미는 시간을 쌓았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아 다른 사람이 못다 푼 한을 모은 탑을 쌓았다 한은 지쳐 핏빛 가을 단풍이 되어 더 붉게 떨었지만 마침내 한이 넘쳐 길에 떨어진 단풍잎은 도시에서는 쓰레기가 되겠지만 산길에서는 붉어져 푹신한 해탈이 된다 멀리 떨어진 억갑사의 범종이 울리는 것은 단풍이 파란 하늘과 만나면 사랑이 된다는 젊은 시인과 단풍이 지치면 그리운 사람이 된다는 노시인과 어머니 신사임당을 여읜 율곡 이이의 설움이다 갈바람에 실려 짧은 가을은 더 짧게 퍼진다 선운사 계곡에 가면 산山사람이 거꾸로 세운 500개의 돌탑이 있다 자기 삶처럼 아슬.. 더보기
시인의 말. 제1시집의 연재를 끝내면서. 제1시집 를 끝내면서 시집에 쓴 나의 말이다. 현재 4집까지 냈으며, 지금은 5집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외손녀를 키우다보니 집필하는 시간이 쪼개져 집중하는 게 조금 어렵지만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4집은 대중적 소통과 완성도에서는 실패작이다. 한편으로는 실패도 거름이 된다. 다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는 법우들이 있어 실패의 아쉬움을 메우고도 남는다. 앞으로도 그침없이 자작시를 올린다. 2집의 이름은 이다. 시인의 말 바람의 그림자는 비실재적 허구다. 시는 상상력의 비실재적 시 · 공간이며,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실재적이다. 실재와 비실재적 시 · 공간에서 잠시 놀았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고정해야 하는 탈고는 늘 아쉬움으로 끝맺는다. 시를 사랑.. 더보기
도봉산 5 – 바람의 놀이터 / 도봉별곡 도봉산 5 – 바람의 놀이터 / 도봉별곡 옛 시인의 시를 노래 부르며 도봉산에 오르면 오뉴월 마파람이 사당패처럼 너울거리고 철 이른 가지에 남아 떨고 있는 깃털에 마음도 따라 흔들려 한 마리 솔개가 하늘로 치솟는 한낮 산은 모두를 품으니 어머니 품 같은 놀이터 다람쥐 똥에서 나는 산의 향기 바람이 산을 만나면 지난 가을 쓸쓸히 떠나간 쇠백로의 소리 들릴까 해가 지고 별을 쏟을 때 바람과 함께 달빛을 지고 내려온다 *제1시집 에 수록 *제1시집 마지막 수록 작품 더보기
도봉산 4 – 봄이 오는 소리 / 도봉별곡 도봉산 4 – 봄이 오는 소리 / 도봉별곡 겨울이 넘치면 봄이 오듯 쇠백로 돌아오면 겨우내 야위었던 삶 버리고 도봉에 오른다 봄눈 녹으면 깨는 물들, 나무들 오색딱따구리 쪼아대는 소리에 마른 나뭇잎 흔들리는 적막한 오후 서산에 아픈 달 뜨고 나의 해는 동녘으로 진다 샛바람 불면 산에서 살고 싶어라 *샛바람 : 동풍을 가리키는 말로 비슷한 말인 동부새, 아랫바람, 강쇠바람은 상황에 따라 맞춰 부른다.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