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장모님의 유품, 흔들의자 / 도봉별곡 장모님의 유품, 흔들의자 / 도봉별곡 작은딸과 같은 나이 흔들의자 의자로 남은 그미와 한 몸이 되면 찾아오는 안락함 변함없이 집 한복판에 장모님으로 버티고 소파는 차라리 의붓자식 치매는 세상 보기 싫어 걸릴 뿐 오래된 누룩 같았던 그미는 홀연히 꽃나비 되어 7월의 하늘로 날았다 마지막 눈 맞춤의 미소는 내 죽을 때까지 화두로 남겨두리 믿고 간다는 당부 속의 미소 그 미소 연꽃 속의 보석이다 ‘옴 마니 반메 흄’ “자네가 내 큰아들이네” 어길 수 없는 유언으로 남아 가슴 속에 숨 쉰다 가장 사랑했던 손녀 결혼하는 날 꽃나비로 찾아와 “오매 우리 유미 참 곱다”는 말씀 해주소서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구름 위의 여행 / 도봉별곡 구름 위의 여행 / 도봉별곡 신당동 한 모퉁이에서 비 울고 벼락 치니 내 눈은 닫히고 귀는 멀었다 그들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길은 신나고 시원한데 비를 내리게 하고 혹은 해를 가리는 구름과 대화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송곳처럼 내리 꽂는 비에 삶을 보고 벼락 치는 구름에 죽음을 본다 삶과 죽음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그것들을 이야기 한다 삶이 버리는 것이라면 죽음은 남기는 것인가 구름 위에서 죽어버린 해와 구름 아래에서 죽어가는 비를 보며 삶과 죽음 사이 그들이 만나는 곳에는 무엇 있어 일어난 적이 없는 것들과 일어난 것들 사이에서 무엇을 찾아 헤매는 걸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결코 모습 드러내지 않는 신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 삶이 서럽고 죽음이 두려워서 그 사이를 쪼개보니 환하게 빛나는 .. 더보기 산 그림자 / 도봉별곡 산 그림자 / 도봉별곡 바람 불어 선인봉 밑 떡갈나무가 흔들리는데 내 마음도 흔들리는가 봄날 하늬바람 불어오니 봉우리 흔들려 오를 수 없어 보지 못하는 산신령의 모습을 바람 따라 맡는다 법고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천축사 비로자나불 눈동자 흔들려 그 눈동자에 마음 맞추기 힘들다 마당바위 약수에서 노니는 도롱뇽은 아직도 우물 속에 숨고 바람 끝에 걸린 쪽동백은 여인의 머리 위에서 춤춘다 천축사 점심 공양에 배부른 하늬바람은 끝내 뭉게구름을 만들고 바람은 산 그림자가 된다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바람꽃, 두 딸 부부에게 / 도봉별곡 바람꽃, 두 딸 부부에게 / 도봉별곡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바람이 꽃을 찾아와 꽃잎이 바람의 꽃이 되었다 짙푸른 새벽안개 뚫고 둥근 바람이 수줍게 다가와 꽃잎을 안고 떠났다 이제 꽃잎은 바람을 떠날 수 없고 바람은 꽃에서 꽃잎으로 자유를 준 책임으로 웃음을 줘야한다 나와 아내처럼 자유와 책임처럼 바람과 꽃은 그렇게 하나 되어 바람꽃이 되었다 바람과 꽃잎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바람과 꽃이 망설이며 다가서며 유혹하며 흔들리며 또 하나의 바람꽃이 되어 내 앞 뜰을 떠난다 새 희망이란 이름으로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바람의 그림자 / 도봉별곡 바람의 그림자 / 도봉별곡 누가 바람을 안다고 했는가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꽃바람에 송홧가루 날리는 봄날 바람에 색깔이 있다면 솔잎보다 더 푸르거나 송화보다 더 샛노래야 한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춘삼월 바람몰이에 뫼와 들에 물오르고 물오른 가지마다 잎새 돋는데 꽃이 진다고 높새바람에게 죄를 묻는가 지는 꽃잎 찻잔에 띄워 한두 잎 머금으면 그만인 것을 오늘은 어떤 바람이 불어 내 가슴에 그림자로 드리우는가 사랑은 바람으로 답하고 바람은 그림자로 답하되 그림자는 사랑의 잔영이면 좋겠다 바람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선자령 눈꽃을 밟고 왔다면 순백의 그리움으로 좋다 바래봉 철쭉과 노닐다 왔다면 진분홍의 설렘으로 좋다 천축사에 가면 사철 바람을 품으며 자라는 오백나한이 있다 오늘도 그곳에 바람이.. 더보기 아침 해장술 / 도봉별곡 아침 해장술 / 도봉별곡 하늘도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 일거리 공치는 날마다 큰길 뒤 이면도로 GS25 편의점 앞으로 모이는 노가다 친구들 출근하는 사람들 발길 따라 시선 옮기다 해장술 새참 삼아 막걸리 한 병 놓고 왜 아침에 일어났는가를 묻는다 헛발질 한 번에 흐트러진 하루 하루의 고된 노동 겪지 않아도 된다며 내쉬는 안도의 빛깔은 누구의 빈 주머니에서 나왔을까 새벽마다 마주보는 한숨소리는 해장술의 안주거리 지갑은 부피만 차지하니 주머니에 매달린 만원 지폐 한 장은 인부 찾는 현수막일까 어제는 일했던 친구가 사는 술 마시면 신설동 풍물시장 가는 길 실내경마장 마권 몇 장에 털리거나 남산 한옥마을 정자 밑 한 잔에 털리거나 서울역 냄새 고약한 노숙자들 틈에 끼워서 때우는 점심 한 끼 신당동 지하 봉제공장.. 더보기 첫눈 오시는 날 / 도봉별곡 첫눈 오시는 날 / 도봉별곡 시인이 술 마시는 이유 365가지, 첫째는 첫눈이 와서 마지막은 주머니가 비어서다 첫눈을 보며 이웃의 시인이 왜 S와 N 시인은 맨날 상을 받느냐 그것도 시 한 편에 오만 원인 때 공모전도 아닌데 천만 원짜리 시는 또 뭐야 다른 시인의 말 커넥션이라는 게 있지 알아먹지도 알아먹고 싶지도 않은 시를 그들은 키득거리며 지들끼리 웃고 즐긴다 말이 돼야지 왜 말이 안 돼? 시인 선생님은 빛처럼 곧게 끌고 가라지만 그들의 시는 왔다 갔다 하다가 마지막만 제목과 비슷하게 끝난다 내 원 참! 늙은 시인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들은 그들의 시를 쓰고 우리는 우리의 시를 쓰면 돼 그들 중 몇 사람은 산문조로 장난하듯 낙서하듯 갈겨쓴다 더 늙은 시인은 억울하면 출세해 그들은 목숨 걸고 쓰는 거고.. 더보기 행복 바이러스 / 도봉별곡 행복 바이러스 / 도봉별곡 힘든 봄, 4월의 바다 더 힘들어져도 모든 것은 그렇게 지나간다고 믿을 것 여태 그래 왔으니까 작다고 기죽지 말 것 작은 것은 아름답고 큰 것을 이기니까 죽음이 다가온다면 윤회 같은 허황한 것을 따지지 말며 새로운 세계로 여행 간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남겨진 사람은 기도와 명상을 즐길 것 비우고 빨리 잊는 법을 가르쳐주니까 더 살다가 넘어지고 싶지 않으면 둥그렇게 살자 공은 굴러만 가니까 외로우면 시를 쓰자 인간이 신에게 말을 걸면 기도 신이 나에게 말을 걸면 신비 시는 내가 나 안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나마스떼 슬퍼지면 시를 입에 물고 산에 오를 것 힘듦은 반이 되고 가슴에 담겨진 기쁨은 배가 되니까 나마스떼 모두가 잘 되기를 빌어라 그러면 너부터 그렇게 되리..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