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방패연 / 도봉별곡 방패연 / 도봉별곡 강화 외딴섬 석모도 보문사 가는 길 가을걷이 끝난 텅 빈 들판 풀 먹인 연줄에 목숨 걸고 방패연 되어 떠오른다 뚫린 가슴을 지나는 높하늬바람에 답답한 마음 풀리고 바다는 검은 태양빛 받아 은빛 물결 눈 시린 반짝임 점으로 보이는 것들에 연연하지 말자 며 바람 한 점에도 멀어져 가는 살아있는 것들 줄 끊겨 추락한들 어떠리 자유를 얻는다 생각하리 오름은 보름달과 가까워지기 위함이고 내려옴은 다시 올 수 있음을 희망하는 것 헛된 삶은 없다 멀리 날자 높게 날자 희망으로 날개짓하며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거지와 할머니, 동문서답 / 도봉별곡 거지와 할머니, 동문서답 / 도봉별곡 하나의 몸으로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산다 하루 오전에 한 끼만을 얻어먹고 사는 거지에게 밥을 퍼주면서 할머니가 묻는다 -당신은 거지입니까 -밥 한 끼만을 탁발하니 중과 같습니다 -밥은 그대에게 무엇입니까 -살기 위한 것이며 살아 있어야 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엇입니까 -한 끼의 식사는 나의 귄리이며 권리를 누릴 수 있다면 행복은 그냥 따라옵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권리는 무엇입니까 -살아있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입니다 -살아 있음은 무엇입니까 -깨달음을 알기 위한 것입니다 -깨달아서 뭐 할 것입니까 -먼 옛날 스승이 깨달음은 나를 아는 것 나아가 나의 본성을 아는 것 깨달음은 인격의 상승적 변화가 아닌 마음의 열림을 뜻한다 그러니 항상 깨어.. 더보기 도량석道場釋, 법주사 쌍사자 석등을 돌며 도량석道場釋, 법주사 쌍사자 석등을 돌며 도량석을 자장가 삼아 치달아온 새벽 찬비 내려 안개로 변해갈 때 밤새 밝힌 석등 속 촛불은 누구의 이별을 위하여 밤을 홀로 지새우는가 석등을 돌며 부르는 촉촉한 새벽안개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붓다의 텅 빈 노래 삼년 갇혀 간수 빠진 소금처럼 싱거워진 이별 보내면 안개 걷히고 자작나무 튼 살과 옷 털어 가벼워진 옻나무와 찬바람에 벼린 송곳잎 매단 전나무와 기어이 떠나고야 말 새벽과 촛불 꺼지지 않아도 찾아오는 아침은 소소리바람같이 숨차게 결별하면서 이른 봄 솟는 죽순의 숨은 기억 속에서 밤새 울었던 사자와 촛불과 연꽃은 무엇을 위하여 아침에 깨어나는가 두 팔 벌려 해를 맞는가 *법주사 쌍사자석등 : 국보 제5호 더보기 법성포法聖浦 가는 길 / 도봉별곡 법성포法聖浦 가는 길 / 도봉별곡 몸에 돋은 불같이 날카롭게 연필 깎으며 벼린 생각 하나 처음과 끝이 같은 일기를 쓰고 싶다 법성포 가는 길처럼 넓고 긴 흑심黑心에 술이며 차를 부으며 두껍게 길게 가다가 다시 무뎌진 흑심黑芯에게 묻는다 너의 갈 길은 어디냐고 무엇 때문에 가느냐고 자유에서 시작해서 자유로 길에서 시작해서 길로 봄에서 시작하여 다시 봄에서 무한 반복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불과 칼을 벼리며 예순 셋의 숫자에 하나를 더하며 손으로 필덕筆德 조금 입에서 터진 독설 많이도 쌓였다 갯안개 품으며 사철 부는 서풍 맞는 법성포의 향기로 불같은 칼 무뎌진다 *법성포 : 384년에 인도의 명승 마라난타가 백제에 처음 불교를 전래한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 법法은 불교를 성聖은 마라난타 존자를 가리킨다... 더보기 4월이 잔인한 이유는 / 도봉별곡 4월이 잔인한 이유는 / 도봉별곡 4월이 잔인한 이유는 겨울잠이 부족한 뿌리를 굳이 깨어서 준비도 되지 않은 어린 싹을 밀어내서가 아니고 지리산에서 3월부터 핀 산수유가 4월에도 지지 않아 희미해진 옛사랑이 생각나서도 아니고 섬진강 가 매화 밑 동백이 동박새를 기다리다 지쳐서가 아니고 저 먼 아메리카 인디안 아니시나베 족이 ‘더 이상 눈을 볼 수 없는 달’이라 해서도 아니고 불암산 밑 봄밤의 배꽃을 아직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4월이 더 잔인한 이유는 예로부터 혁명이 많아 홍매화 핏빛으로 산하를 물들여서가 아니고 남도 바닷가 구릉에 유채꽃이 노랗게 흐드러져서가 아니고 저 먼 아메리카 인디안 체로키 족이 머리맡에 둔 씨앗을 뿌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고 그 땅에는 아직도 씨앗이 인디안 목에 걸린 멍에처럼 싹.. 더보기 청산도靑山島 / 도봉별곡 청산도靑山島 / 도봉별곡 봄 한 철 청보리는 대지의 파도런가 유채 꽃물결 바람의 미소 계절 흘러 쪽동백이 머리에 윤기로 앉고 먼 하늘 아래 버선코처럼 흐르는 황톳길에 서편제의 두 사내와 송화의 진도아리랑이 시간을 되돌려 구성지게 어깨로 와 덩실댄다 쪽빛 바닷가 물어미들 구름빛 숨비소리는 갓 올린 해삼 멍게 전복에 눈물 감추고 초분 옆 바닷솔 불여귀不如歸*는 철 지난 된바람에 어미의 젖가슴 흩어진 울음소리 포구 끝 눈 먼 등대의 어둠에게 보낸다 햇빛 같은 바람 바람 같은 햇빛 달 같은 별 별 같은 달을 품어야 사는 섬사람들은 짚으로 엮은 배를 띄울지라도 자식이고 어미인 섬을 떠날 수 없지 부둣가 막걸리 집 주모의 목 쉰 육자배기 타령에 귀 먼 바닷새가 씻김굿으로 화답하는 그 섬은 시간이 늦게 흐른다 결코 .. 더보기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 다산茶山 정약용의 동백꽃 / 도봉별곡 천리 유배길 다산을 사랑한 추백秋栢*꽃이 반긴다 늦겨울 봄눈 사랑삼아 겨울과 봄의 틈 곡우穀雨마다 우전차雨前茶 곁에 두고 17년의 억울抑鬱 서학西學이 죄이런가 월출산 새벽 그믐달 뜨면 억울抑鬱은 꽃이 되어 초당艸堂 위에 뿌려지고 도갑사 부도 옆에 봄 바람, 여름 비, 가을 달, 겨울 눈, 시우詩友* 있으니 마주보고 독소獨笑, 독소獨笑*, 홀로 웃으며 어찌 한잔 술에 취하지 않으리 서울徐菀* 가는 먼 해배解配길 춘백春栢*꽃 지고 동박새 울음으로 배웅한다 *추백秋栢 : 가을에 꽃 피우는 동백 *시우詩友 : 친구 같은 시 *독소獨笑 : 정약용의 시 *서울徐菀 : 서울의 한자 *춘백春栢 : 봄에 꽃 피우는 동백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서랍, 우화寓話가 된 기억들 / 도봉별곡 서랍, 우화寓話가 된 기억들 / 도봉별곡 비밀의 방에는 많은 무기가 들어있다 밀물에 내려갔다 썰물에 올라오는 무인도 옆 암초처럼 껍데기만 남은 기억들 쓸모없어진 통장을 닮아 간 데 없어진 열쇠 때문에 비밀의 문을 개방한다 10년에 한 번 여는 여권 잔금 없는 통장 사라진 법인의 인감도장 낡은 독일제 만년필 20년 전 사진 30년 된 전화수첩 먼 나라의 동전 한 잎 청첩장과 감사편지 우화가 된 기억들 어설프고 복잡했던 생과 함께 걸었던 것들 마치 이끼처럼 홀로 살지 못하는 삶의 껍질들 허물 벗는다 바다와 파도의 은유 같은 이사철 폐기 영순위 책상의 수명을 보며 해가 뜨고 질 때의 문지기는 필요 없어지고 아쉬움 줄어들고 버릴 것 많아 좋아진 오늘 지금 여기 헌 사랑의 기억이 다시 사랑으로 바뀌지 않듯이 노루.. 더보기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