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연으로 돌아가자 / 도봉별곡 자연으로 돌아가자 / 도봉별곡 아침마다 해는 떠서 따뜻하게 혹은 뜨겁게 햇살은 가리지 않고 내린다 봄날 오후는 꼭 바람이 불어온다 운명은 슬프다고 하는 순간 슬퍼지는 거야 하여 매일 슬프다고는 하지 마 비는 슬퍼서 뿌리고 안개는 괴로워서 피어나지만 천둥번개는 악한 것에만 치는 것 아니거늘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세상의 중심은 자연이야 원인과 결과의 안개 속에서 만나는 한 구석일 뿐 세상이 저지른 행위의 그림자 따라 더 살아봐 사는 것은 꿈꾸는 일이고 꿈속에서 사는 게 삶이어야 해 운명은 앞에서 오고 숙명은 뒤에서 온다고 생각해봐 조금은 위로가 될 거야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자연 속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작은 그림자 네가 자연이야 *제1시집 에 수록 더보기 물병, 선운산 도솔암 가는 길 / 도봉별곡 물병, 선운산 도솔암 가는 길 / 도봉별곡 하늘은 맑고 구름은 무심한데 짧은 새벽꿈에 산길은 좁고 가파르다 무심한 된 비알길 가뿐 숨결에 보름달보다 투명한 물병 가득 목마름은 무겁게 가는 숨결 천천히 가자 물결무늬 명주바람에 맞춰 모두의 입이 되고 키스의 아쉬운 즐거움이야 한갓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을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 그대 입술이여 작은 목에 홀가분한 쾌락 즐기며 짧지만 행복했다 가쁜 숨 덜어주고 갈증 풀어준다면 백팔 배가 어려우랴 물병이 무거워도 골안개 낀 선운산 도솔암 늦은 동백꽃 안으려 간다 더보기 장자莊子의 나비 / 도봉별곡 장자莊子의 나비 / 도봉별곡 당신은 꿈속에서 꿈을 꾼 적이 있습니까 봄날 꿈속의 나비처럼 등에 달빛 투명한 날개가 돋고 배는 천 개의 주름이 무늬 지니 천 년이면 꿈속에서나 흐를 시간인데 도봉산 졸참나무에 곤줄박이 동고비 박새 둥지를 틀고 서산에 보름달 뜰 때 가린 먹구름 손 뻗어 열어 제치는 기파랑*의 기개는 어디로 가고 한 마리 나비만 월계수에 앉아 즈문* 해를 살았다고 날개짓한다 달에 비친 나비를 보며 나비가 나인가 봄밤의 꿈을 떠돌다 깨어보니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즈믄 : 천의 옛말 *기파랑 :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 나오는 신라 화랑. *앞 이빨에 털이 나있다 : 불가의 1700개 화두 중 하나. 판치생모板齒生毛. 조주 선사의 제자가 조주 선사에게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까닭은 무엇.. 더보기 찰나와 억겁 사이에서 찰나와 억겁 사이에서 순간이 벌떼같이 모여 시간을 이룬다 하루는 하늘로 올라 해가 되고 한 달은 그믐달 되었다가 보름달도 된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은 뭇별이 되어 길라잡이 되어주나 찰나는 1/1200초 마음은 한 찰나에 구백 번 바꾸나니 마음이랄 거 없네 백팔 번뇌 만 번 곱하고 나누니 찰나와 억겁 둘이 아니다 소멸과 생성처럼 끊임없이 반짝이는 인연 앞에서 임 그리는 마음 둘 데 없었던 옛 시인의 한탄은 한여름 부랑浮浪의 뜬구름 앞 흩어지는 마파람이어라 더보기 진도, 홍주紅酒를 마시며 / 도봉별곡 진도, 홍주紅酒를 마시며 / 도봉별곡 해오름의 격정을 간직한 홍주 한 잔을 마시며, 아라리*여 끊어지지 않는 금실처럼 머릿속에 낀 안개, 한 잔에 없어지려나 세상을 바꿔보겠다던 항몽抗蒙의 기개는 홍주로 남았으나 지초*를 덮고 잔 긴 밤에도 자유는 잠들지 못했고 바다로 떨어지는 세방의 해넘이 닮은 홍주여 삼별초의 피는 홍주로 물들고 긴 밤 지새우는 용장성*에서 자유는 항상 피를 부르는 것임을 알면서 잠 못 이루는 밤 홍주는 씻김굿의 한으로 남아 제 몸 내어주고 울돌목*이 불같이 일어나면 삼별초의 자유여 진도의 아들 홍주여 한 서린 씻김굿 한마당이여 이순신의 바다여, 장엄함이여! 아라리여 *아라리 : 진도아리랑의 후렴구. 진도 홍주의 상표. *지초 : 홍주의 재료, 붉은 색이 나오게 함. *세방 : 해넘이가.. 더보기 낙화落花, 동백꽃 낙화落花, 동백꽃 남도의 봄 눈 감으면 피는 섬진강 가 매화 매화들 속에서 외로웠던 동백꽃 한 송이 누구를 위해 피었다가 결코 지지 못하는가 편지로 왔다가 염화拈花의 미소로 피었다가 약속으로 남았다 꽃이 지지 않아도 봄날은 가고 천둥번개 치지 않아도 여름 오거늘 가을 옷은 너에게 없으니 눈 녹지 않아도 겨울 지나가고 또 봄은 오나니 오지 않은 동박새 기다리다 매화 지고도 버틸 자신 없으면 차라리 꽃잎 떨구고 하늘가 바람 따라 헤엄치다 먼 바다까지 그대 잘 가라 더보기 시를 쓰는 이유 시를 쓰는 이유 혼돈의 이기적인 시대에 간혹 시를 쓰는 이유는 숨 막히는 한여름 시원한 소낙비를 뿌리는 일이다 매일 시를 읽는 이유는 욕심으로 채워져 무거워진 삶 버리는 일이다 매주 산에 오르며 시를 외우는 이유는 간절한 삶 채우는 일이다 새벽에 시를 고르고 아침에 시를 내어놓는 이유는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일이다 우리가 시를 자유 희망 사랑 위로라고 부르고 안타까움이라는 황사와 더불어 내리는 비를 갈등이라고 이름 짓고 안개비 앞을 가려 갈 길 분간 어려울 때 하늘에게 시를 바치는 것은 해 뜨면 사라지는 안개를 닮는 일이다 그것들 모두 오뉴월 긴 가뭄에 가슴을 채워주는 단비이기 때문이다 더보기 봄눈 아리랑 봄눈 아리랑 봄눈 기다리다 이승에만 꽃 피는 줄 알았더니 변방에 봄눈 내리면 아리 아리랑 산수유 필 무렵 1400살 먹은 주목 보러 정선 땅 두위봉에 올랐더니 능선길 상고대 만나고 하늘에서 꽃이 떨어졌다 부디 긴 여독 풀고 봄눈 뒤에 숨으라고 눈 내린다 눈과 하늘의 차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간 사람은 봤어도 저승에서 이승으로 온 사람은 보지 못했다 마치 눈과 하늘의 구별이 삶과 죽음의 구별만큼 모호할 때 하늘에서 내리는 꽃을 보라 고난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연민의 모습으로 엄살 많아진 얼굴 씻으라고 정선아리랑 한 자락 펼치면 아우라지 언 강에 눈 내린다 아리 아리랑 아리랑은 한恨 아닌 자유가 되어 마침내 구름 걷히고 햇살 내릴 때 눈 스러지며 우리의 겨울은 싱겁게 끝난다 아리 아리랑 *첫 번째 시집 수록 더보기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