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초의艸衣의 찻잔 초의艸衣의 찻잔 아리수 건너 광주廣州 땅 외진 곳 백토의 숙명으로 태어나 호주가豪酒家의 분청사기 호로병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계영배戒盈盃가 되고 싶었다 힘 센 사기장은 당찮은 욕심 지우라며 찬물에 담가 채로 거르고 하루를 더 채워 내 몸에서 욕심 사라지지 않은 것을 알아보고 발로 뭉개고도 부족해 사흘 동안 욕심 가라앉히라며 마지막 소망의 기포마저 짓이겨 없애고 소망이 쉬 이루어지는 세상은 없는 거라며 깨질 때까지 뜨거운 물을 받아야 하는 찻잔의 운명 되어 소망과 욕심 사이를 초벌의 불길이 나를 감싸고 돌고 돌면서 끝없이 태운다 추상같은 대나무 그려놓고 비스듬히 바라보는 사기장의 서늘한 눈매에 마음 녹이고 그 마음 갈라지지 말라고 실금조차 금지한다고 다시 곱게 화장化粧 시키고 달보다 더 뜨거운 불속에 집.. 더보기 가을의 축제/도봉별곡 가을의 축제 가을의 축제가 끝 난 후 나뭇잎의 잔해는 시체 같아도 유럽 먼 나라의 혁명 후 남은 잎에는 꽃이라도 피었지 잎들 태우고 남은 재에서 절정을 볼까 절망이야 한갓 껍데기 남은 것은 길고 지루한 겨울 하늘과 성긴 눈발뿐이어도 그대에게 가는 길 무너져도 먼 길 돌아갈 때까지 껍데기를 거름 삼아 필 꽃들 그대 자유와 공화와 사회민주주의여 더보기 합죽선合竹扇의 꿈 합죽선合竹扇의 꿈 해남海南 순례 가는 길가 포도 과수원집 뒤란 대나무숲 샛바람에 댓잎들 스쳐 막내딸로 태어나 남 다른 꿈 지녔다가 재 너머 향교 밑 당숙의 합죽선으로 몸 바꿔 매화로 치마폭 물들이며 흐드러졌으니 병신춤 공옥진의 옥수玉手에서 한을 펼치며 기구한 삶 식히는 바람도 되었다가 매화 져서 찢어진 몸으로 죽음은 한 번이 어렵지 세 번은 쉽다며 판소리 명창 손에 쥐어진 삶 춘향의 옥중가 진양조로 시작하여 쑥대머리로 넘어가는 중모리에서 느린 장단으로 쫘악 펴졌다가 춘향이 사랑을 나눌 때는 중중모리로 솟구치고 자진모리 어사출두에서 마패로 몸 바꾼다 임당수에 빠지는 심청도 되었다가 심 봉사 지팡이로 몸을 바꾼다 적벽가 조자룡이 헌 칼을 휘두를 때는 휘모리에서 흥부의 톱타령에서는 엇모리 장단으로 비스듬이 톱.. 더보기 일주문一柱門 일주문一柱門 무주구천동 끝 백련암 동안거冬安居 마치고 나서는 산문山門 일주문 기둥 둘 지나면 만행漫行의 시작 갈 곳 모르는 학승 맞아주는 직박구리 한 쌍 그들끼리 주고받는 선문답 암컷의 눈초리 쳐지고 수컷의 입꼬리 올라가는 한낮 왕소군王昭君을 떠올리며 겨울의 혁명 뒤에 타오르는 봄 아닌 봄날의 아지랑이에게 술 한 잔 올린다 만행萬行 마치고 들어서니 산문의 기둥은 하나가 되었어도 세속의 인연은 불타고 마음속 불 꺼지지 않아 대웅전에서 미소 짓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붓다여 타는 사리舍利의 붓다여 더보기 마조야압馬祖野鴨 - 어느 겨울의 오후에 마조야압馬祖野鴨 - 어느 겨울의 오후에 해는커녕 달조차 없어 어두운데 날아가는 들오리를 보라 하는가 해와 달이 합쳐지면 무엇이 될 것인가 구름이 해와 달을 가려도 그 위에서 빛나는 것을 가리지 못 하리 코를 비틀지만 코는 배꼽 아래 단전에 있고 “할” 소리치지만 귓구멍은 엄지발가락에 있다네 봉으로 왼쪽 어깨를 내리치면 오른쪽 어깨마저 내주고 깨어남과 깨달음 또한 필요 없으니 화두 같은 것은 바람에 실려 보내고 붓다의 마음을 알았다면 붓다의 말을 흉내 내지 말고 붓다의 행동을 따라 하라 나 이제 한 마리 장산곶매가 되어 하늘 높이 날으리라 2016. 1. 20. *마조야압馬祖野鴨 : 불가의 공안집 벽암록 제53칙에 나오는 화두 더보기 유성우流星雨의 침묵 유성우流星雨의 침묵 지붕만은 소낙비로 만든 집에서 살고 싶었다 마른장마 끝 비에 젖고 싶어 내려간 남도 바닷가 시간이 된 뭇별 사이로 쏟아지는 유성우가 바람으로 전하는 말 네 분노의 비밀을 안다 끝내 말해주지 않아도 허황한 집으로 올라올 때 이유는 탐욕이다 탐욕과 분노로 씨줄과 날줄을 짠다면 해결은 ‘침묵과 시간을 버림’이었다 석 달 열흘만 비 내려준다면 남도 천 리길 또 가도 좋겠네 더보기 장모님의 숨은 그림 찾기 장모님의 숨은 그림 찾기 70살을 한참 남긴 어느 날 세상이 보기 싫다며 자기 발로 치매로 뛰어 들어가 버린 그미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동해의 고래였을까 샛노란 은행나무잎, 어릴 적 뻐꾸기, 하얀 찔레꽃, 비 오는 날의 장화와 우산 혹은 사랑, 재물, 행복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먼 옛날 상실한 자존심을 찾았을 것이다 잊고 싶은 기억들 속에서 그미의 기억 속에 새파랗게 남은 것은 빨간 참돔회와 푸짐한 양념갈비와 ‘봄날은 간다’와 사위에 대한 믿음이었다 비 그치면 양평 산소 가는 길에 영산홍 꺾어가야겠다 더보기 정암靜庵 조광조의 귀양길 정암靜庵 조광조의 귀양길 군자와 소인배가 다툰 끝 도道와 예禮는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진보를 꿈꾸었다 보수에 꺾인 귀양길, 남도 천리 화순길 엄동에 짚신에 깔 신갈나무 잎 떨어져 없어도 명분은 무거웠으나 발걸음은 가벼웠다 운주사 와불臥佛 앞에 선 기개 적벽까지 울렸으나 기묘명현己卯名賢 지켜주지 못한 혼군昏君 향한 분노 하늘을 뚫는다 마침내 까마귀떼 하늬바람 타고 서쪽으로 날아가는 저녁 어스름 부자 끓인 약사발 들이켜고 뜨거운 방안으로 들어가며 남긴 미투리 한 켤레 더보기 이전 1 ··· 21 22 23 24 25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