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공지사항

사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3회 산행)

도봉별곡 2019. 11. 23. 19:37


사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3회 산행)

일시 : 2019. 11. 24.(일) 10시 30분

모이는 곳 : 1호선 회룡역 3번 출구

준비물 : 약간의 주류와 간식

기자 선생 : 전작


1.시가 있는 산행


잊은 채로 산다는 것은 - 기억의 거짓말/도봉 김정남 

 

굳이 잊은 것을 생각해내고는 힘들게 살지 말자

기억도 거짓말을 하며

거짓말을 있는 그대로보다

더 잘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기억들이 용광로에 들어가서

나올 때는 비싼 합금이 되고

강철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별 쓸모없는 잡철이 되어 나온다면

그대여

우리는 잡철을 모으는 그 먼 옛날의 엿장수가 될까

오늘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 중에 값나가는 비철합금을 고르는

고물장수의 한여름 노동자가 되어야 할까

그대에게는 비싼 기억이라도

내게는

그냥 흘러간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


도봉의 세 번째 시집의 맨 앞의 시다. 시집의 제목도 '기억의 거짓말'로 붙이고 싶었으나 발행인 겸 편집인이 기어코 내 고집을 꺾어 마음을 접고 양보했다. 그들에게는 시집을 얼마나 팔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나는 시집의 제목에 시적 명예를 걸었으나 사람 사는 세상에는 돈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음을 우리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1년을 생각해도 내가 정한 제목이 더 시집답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사람의 기억 유지는 뇌의 가장 중요작용인데 기억을 통해 창작을 할 수도 응용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 한 사람의 뇌세포, 일명 뉴런의 수는 1000억 개이며 연결고리를 하는 축삭돌기, 일명 시냅스라고 기관이 200조 개가 우리 뇌 속에 들어있어 전기, 생물, 화학적 작용을 통하여 생명유지작용까지 한다니 인간이 소우주라는 말이 맞다. 그 많은 기관 중에서 일부라도 여러 이유로 착각을 하게 되면 기억도 거짓말을 하게 될 수밖에 없는 거라네. 결론을 내자면 뇌가 그만큼 복잡하므로 200조 개 중 하나만 고장나도 정신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자신의 생각을 쉽게 내놓지 말고 자주 검증해야 하므로, 자신도 보이는 그대로 믿지 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 런지. 고집 피우지 말고 항상 좋은 방향으로 원융무애하면 좋겠지.

<도봉별곡>


2.산행기

372회 수리산 시산회 산행기 / 임삼환

산행일시 : 2019119() 10:30

모인장소 : 수리산역

산행코스 : 수리산역 ~ 철쭉동산 ~ 임도5거리 ~ 슬기봉 ~ 안양역

참석회원 : 경식, 재홍, 양기, 해황, 갑무, 윤환, 일정, 승렬, 상수, 황표, 재일, 삼환 (산행회원 12. 뒤풀이 참석회원 : 문형, 정우) 14

 

오늘은 시산회 산행일이다. 오랜만에 참석하기에 마음이 설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당초에는 오늘 강원도 양구에 심마니 노릇하러 가기로 했는데 존경하는 고갑무 총장님이 전화하여 온갖 협박을 다하는 바람에 기꺼이 시산회에 참석하여 기자하기로 마음먹고 선약을 취소하였다. 마음을 변경하고 생각하니 잘한 짓이다. 그쪽은 찻수가 없지만 시산회는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만회할 길이 없다.

 

쌍문역에서 지하철타고 약 1시간 30분 걸려 1010분경 수리산역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여 너무 반가웠다. 1030, 칼같이 약속을 지켜 모두 도착, 수리산역을 떠나 산행 길에 올랐다.

 

이정표를 보고 코스를 정하는데 고총장이 수리산역 ~ 철쭉동산 ~임도5거리를 지나 하산하자고 하는데,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 임도5거리를 지나 슬기봉까지 간 후에 하산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일단 임도5거리까지 간 후에 그곳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아직 절정은 아니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며 걷는 흙길이 매우 좋았다. 경식이 말대로 우리나라 산 중에 아름답지 않은 가을산이 어디 있겠는가.

 

산길을 조금 걷자 철쭉동산이 나오는데 봄철 철쭉이 만개하면 엄청 아름다울 것 같아 내년 봄에 꼭 한 번 와보고 싶다. 산길이 평탄하고 흙길이어서 편하게 산행하다보니 어느새 임도5거리가 나왔다. 모두들 코스가 맘에 드는지 더 가자고 하여 슬기봉까지 간 후에 하산하기로 했다.

 

임도5거리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회원들이 싸온 과일과 간식 그리고 음료수로 재충전한 후 슬기봉으로 향했다. 왕년에 이곳 군부대에서 공군 장교로 근무한 경식 산우가 슬기봉을 가려면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므로 상당히 힘이 들것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깔딱고개에 들어서니 숨이 가빠오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산이니 금방 끝나겠지 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산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함을 잠시 잊었다.

 

흙길에서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고 이제 끝나겠지 했는데 돌아서 올라서면 또 계단, 숨이 차고 땀이 쏟아진다. 그런 와중에 앞 팀이 중년 여성들이어서인지 너무 완행이라 짜증이 나서 양해를 구하고 추월하여 오르다 보니 더 더욱 힘이 들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반가워서인지 여자들이어선지 말을 거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건강하고 건전한 산악인 아닌가.

 

겨우 봉우리에 도착했는데 정상에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이었다. 다행히 군부대 뒤편으로 보급로가 있어 수월하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길 옆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시산회 점심메뉴는 다양하고 맛있다. 내 배낭에는 아내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준 도토리묵만 있고, 김밥이나 막걸리는 등산로 입구에서 구할 계획이었으나 가계가 없어 그냥 오는 바람에 텅 비어있다. 황표 산우는 어성초라고 물고기 비린내가 나는 약초가 있는데 술을 담아 와서 한 잔씩 나누어 먹었는데 술맛이 좋았다, 고향집에 가면 뒤뜰에 많이 자라는 풀로 흰머리를 검게 한다는 약초로 알려져 있어 나도 한번 술을 담아봐야겠다.

 

식사가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서 오랜만에 기자로서 동반시를 낭송했다.

생채기 : 영화 日日是好日을 보고 / 도봉 김정남

 

누구나 반백을 넘을 때쯤

죽어야 잊어지는 생채기 하나는 갖고 산다.


생채기는 유위법이라

바닷가 환영은 그녀만의 것은 아니어서

죽음 뒤는 빅뱅을 닮아

너도 나도 몰라야 산다


조금 치열하게 살아

세 개는 된다고 생각하면

열 개는 어쩌랴

봄여름가을겨울 비 소리가 다르고

입동, 바닷가에서 눈꽃 피는 소리가 들릴 때면

뜨겁고

미지근하고

찬물의 소리는 존재만으로 다를 진대

하마, 따르는 소리가 같으랴


봄꽃은 비바람에 지고

한여름만 무성하랴

가을 단풍은 화려해서 무섭다

강추위에 피는 꽃은 긴 겨울 지루해서 슬프다

하늘빛 눈이 내려준다면

장마 비 색깔이 다르듯


일일시호일

어제는 어제, 오늘은 순간, 내일은 영원

날마다 좋은 날 만들어

생채길랑 잊고 살아야한다


안개 속 한 모퉁이를 돌아가는 듯

생채길랑 모른 척 살아야 한다

 

일본영화로서 일본차에 관한 영화를 보고 산우 도봉 김정남 시인이 올린 시다. 요즘 건강이 전 같지 않아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명상센터에 있다. 빨리 회복해서 전처럼 열심히 다니고 싶다는데 한 번 망가진 건강은 회복이 어렵기도 하지만 재활이 그처럼 어려운 줄 처음 알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국민체조, 108, 스쿼트 100, 야구배트 휘두르기 100, 걷기보조기 100번을 기본으로 삼아 재활한다는데 거의 수량은 채우지만 회복속도가 무척 느리다면서 재활은 보통의 의지로 되지 않는다 했는데, 그러고 보면 류현진의 재활 성공은 대단한 의지의 결과였던 것 같다. 의지의 한국인이다. 비록 사이영상은 아깝게 놓쳤지만 내년도 있으니 시처럼 날마다 좋은 날이길 그와 산우 모두를 위해 빌어본다.


식사가 끝나고 도로를 따라 하산하는데 고 총장이 오늘 뒤풀이는 기금이 여유가 있으니 좋은 데로 가자고해 장어, 한우, 활어 등등 의견이 분분했는데 결국 안양역 인근 소갈비집으로 결정했다. 안양역으로 가는 도심 길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할 정도로 재미없고 지루했다. 안양역 인근 상가에 도착하여 식당을 알아보다가 서서갈비집으로 결정하고 짐을 풀었다. 사정상 산행은 못했지만 뒤풀이에 문형 산우와 정우 산우가 참석해서 더욱 좋았다. 한우갈비는 아니지만 갈비살, 안창살, LA갈비, 육회 등을 시켜 실컷 먹었다. 오랜만에 참석해서 그런지 술맛도 좋고 안주도 푸짐하여 앞에 앉은 재홍 산우와 소주잔을 연신 부딪쳤다.

 

뒤풀이 후 일부는 당구장으로 가고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다리 아프고 머리도 어질어질하지만 역시 시산회는 항상 마지막까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시산회 파이팅!!!!!!!

2019. 11. 17. 임삼환 올림.


3.오르는 산

이번에 오르는 산은 도봉산 아래 사패산이다. 원래는 사패봉이어야 하는데 공주에게 하사한 산이라서 차마 봉을 붙이지 못해 산을 붙였지만 누가 봐도 봉우리에 지나지 않는다. 도봉산의 특징이 그렇듯이 물이 풍부하고 정상 부근에 너른 마당바위가 있어 잠시 간식을 먹기는 좋은 곳이다. 조금만 일었어도 단풍이 무척 화려한 곳이지만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낮아서 쉬운 산이라 많이 참석하기 바란다. 도봉도 오랜만에 오를 예정이다. 재활에 대한 체크를 해 볼 생각이다. 다만 민폐나 끼치지 않으면 좋겠다.


뒤풀이는 굴찜으로 정했으며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으니 많이 즐기기 바란다.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면 뒤풀이라도 참석하기 바란다.


4,동반시

동반시 화양연화(花樣)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붙이는 설명은 군더더기다. 모두 좋은 날 되시라.

 

화양연화 / 김사인

 

모든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짖굿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맛당겨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 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20109. 11. 23.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