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시에서 계절과 사랑을 읽다

끊어진 철길 -신경림-

도봉별곡 2020. 6. 25. 12:09

끊어진 철길 -신경림-

 

끊어진 철길이 동네 앞을 지나고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민통선 안 양지리에 사는 농사꾼 이철웅씨는

틈틈이 남방한계선 근처까지 가서

나무에서 자연꿀 따는 것이 사는 재미다

사이다병이나 맥주병에 넣어두었다가

네댓 병 모이면 서울로 가지고 올라간다

그는 친지들에게 꿀을 나누어 주며 말한다

"이게 남쪽벌 북쪽벌 함께 만든 꿀일세

벌한테서 배우세 벌한테서 본뜨세"

 

세밑 사흘 늦어 배달되는 신문을 보면서

농사꾼 이철웅씨는 남방한계선 근처 자연꿀따기는

올해부터는 그만두어야겠다 생각한다

'금강산 가는 길'이라는 푯말이 붙은 인근

버렸던 땅값 오르리라며 자식들 신바람 났지만

통일도 돈 가지고 하는 놀음인 것이 그는 슬프다

그에게서는 금강산 가는 철길뿐 아니라

서울 가는 버스길도 이제 끊겼다.

 

-주제: 통일 문제마저 투기로 이용하는 현실에 대한 개탄(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