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안개에 떠밀려서 봄바람에 취해서 갈 곳도 없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불현듯 내리니 이곳은 소읍, 짙은 복사꽃 내음. 언제 한번 살았던 곳일까, 눈에 익은 골목, 소음들도 낯설지 않고. 무엇이었을까, 내가 찾아 헤매던 것이. 낯익은 얼굴들은 내가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복사꽃 내음 짙은 이곳은 소읍, 먼 나라에서 온 외톨이가 되어 거리를 휘청대다가 봄 햇살에 취해서 새싹 향기에 들떠서 다시 버스에 올라. 잊어버리고,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맸는가를. 쥐어보면 빈 손, 잊어버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서 내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