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야무챠 지음 | 김은진 옮김 | Gbrain 펴냄

도봉별곡 2022. 2. 11. 16:14

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야무챠 지음 | 김은진 옮김  | Gbrain 펴냄 

 

현대 과학의 중요 이론들을 철학적 사고를 통해 설명하는 야무챠의 저서「철학적 사고로 배우는 과학의 원리」가 출간되었다.‘철학’과 ‘과학’은 서로 상반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깨며, 저자는 과학의 근간인 철학이라는 뿌리를 가지고 난해한 현대 과학 이론을 차근차근히 설명한다. 대중들에게 철학적 사유의 재미를 들려준다는 목적에 맞게 난해한 용어를 최대한 제외하고 일상적인 어휘를 사용하며, 또한 이론과 최근의 문화 코드를 결합시키는 시도를 한다.

이 책은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 등의 난해한 현대 과학 이론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저서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을 철학적 사유로 풀어내고, 일상으로부터 도출된 철학을 다시 현대 과학 이론에 적용시킨다. 학문 간의 ‘통섭’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철학과 과학의 절묘한 만남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충분한 입문서가 될 것이다.

우선 존경하는 철학자, 이케다 아키코 선생님의 말을 인용하려고 한다.

‘지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철학, 그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인간을 폐업하는 것이지요.’

정말 그렇다. 철학은 평범한 사람이 쉽게 손을 내밀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말해 철학은 대단히 두려운 학문이다. 하지만 결코 철학이 어렵다든가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철학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미치도록 재미나다’는 점 때문이다. 그 재미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이를테면,

‘나와 똑같은 마음(주관적인 체험)을 갖고 있는 것은 실제로는 나 혼자만이 아닌 것일까?’
‘내가 보고 있는 빨강이 남에게는 파랑으로 보이는 게 아닐까?’
‘나와 완전히 똑같은 뇌가 또 하나 생기면 나의 의식은 어떻게 될까?’
‘뇌를 반으로 분할하면 나의 의식은 어떻게 될까?’

등,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되어도 전혀 상관없는 것인데, 잘 생각해보면 ‘어라?’ 하고 놀라게 되는 사소한 의문들.
철학이란 이렇게 어린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 같은 소박한 의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끝까지 생각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일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이런 의문들을 언젠가 새롭게 인식하고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다 된다.


온종일 그것이 머릿속을 따라다녀 계속 생각한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니까 또 생각한다. 그런 재미는 컴퓨터게임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자신의 꿀단지에 쏙 빠져드는 철학적 문제를 발견한 끝에, 마치 개미지옥처럼 끝없는 철학적 사고에 매몰되어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농담이 아니라 그 정도로 열중할 만큼 ‘철학한다(생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은 그러한 철학의 중독적인 재미를 전하는 책이다. 따라서 이것은 철학책이면서도 난해한 철학 용어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고 일상적인 말투로 평이하게 쓰여 있다. 물론 정말 철학을 깊게까지 알고 싶다면 용어와 함께 제대로 공부하는 쪽이 좋겠지만 그런 것은 나중에 해도 좋다. 우선 ‘철학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며,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철학이 재미있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어쨌든 알기 쉽게, 나아가 모두에게 흥미가 있을 재미난 주제를 골라 써나갔다. 이것으로 철학의 재미를 아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어떤 미래의 이야기. 드디어 인류는 영원한 꿈인 완전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도라에몽’을 개발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도구 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있던 ‘어디로든 문’도 개발되었다.
(중략)
노비타 “우와아아아아!! 늦잠 잤어! 어떡해, 어떡하냐구…… 지각이다! 앗, 맞다! 도라에몽이 있었지, 도라에몽! 도구를 꺼내, 어서!”
도라에몽 “어이구, 노비타 너란 녀석은 정말…… 항상 그렇지 뭐.”
노비타 “설교는 그 정도로 됐거든. 빨리 서둘러!”
삐리릭!
도라에몽 “어디로든 문!”
노비타 “고마워, 도라에몽!”

이런 이유로 나는 재빨리 어디로든 문을 지나 학교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내 몸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해버린 것 같은…… 이상한 기운.

- 본문 233~234쪽 중에서

제1장 철학적인 무엇
불완전성정리
공리 ①
공리 ② 루이스 캐럴의 패러독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논리 ①
모순
논리 ② 언어 게임
이데아론
물질
도구주의
원리적으로 불가능

제2장 혹은 과학이거나…
상대성이론
카오스이론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①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②
볼츠만
산일구조론 ①
산일구조론 ② 동요
산일구조론 ③
불확정성원리

제3장 양자역학이거나…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파동파 vs 입자파의 논쟁 ①
파동파 vs 입자파의 논쟁 ②
파동파 vs 입자파의 논쟁 ③
이중슬릿 실험 ①
이중슬릿 실험 ②
이중슬릿 실험 ③
이중슬릿 실험 ④
이중슬릿 실험 ⑤
코펜하겐 해석
이중슬릿 실험의 철학적 해석
슈뢰딩거의 고양이 ①
슈뢰딩거의 고양이 ② 흔히 갖는 의문 A
슈뢰딩거의 고양이 ③ 흔히 갖는 의문 B
추상적 자아
다세계 해석
다세계 해석의 문제 ①
다세계 해석의 문제 ②
다세계 해석의 문제 ③
다세계 해석의 문제 완결편
파일럿 해석
파일럿 해석의 문제
해석 문제

제4장 혹은 과학철학사이거나…
귀납주의
귀납주의의 문제
논리실증주의
논리실증주의의 문제
반증주의
반증주의의 문제
포퍼의 결단

제5장 더욱 철학적인 무엇
인공지능의 마음
튜링테스트
사고실험 ① 쌍둥이 복제아기
퀄리아 ①
퀄리아 ②
퀄리아 ③
사고실험 ② 어디로든 문
좀비 문제
자유의지
사고실험 ③ 어디로든 문 2
뇌 분할 문제 ①
뇌 분할 문제 ②
뇌 분할 문제 ③
사고실험 ④

맺는말
참고 문헌

 

지음 야무챠

홋코쿠 태생으로 토호쿠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안개 낀 듯 답답한 인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일확천금을 노리고 저축한 돈 전부를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빚을 짊어지고 벤처기업을 설립하지만 첫해 천만 엔 이상의 적자를 내 완전히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그 후 심기일전해 드디어 누적흑자를 달성한다. 하지만, 계획 없이 사원을 늘리는 바람에 현재 다시 적자로 전락 중이다.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
지은 책으로 이 책과 같은 시리즈의 〈철학 수학〉이 있다.
블로그 http://blog.yamcha.jp/
철학이 좋아서 회사까지 그만둔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흥미롭고 매력 넘치는 철학과 과학의 세계를 맛있는 요리처럼 풀어냈다.

옮김 김은진

 

한양대 일문과를 졸업하였다. 일어권 번역 출판기획 출판저작권 에이전시 ‘액세스코리아재팬’을 운영하며, YBM 일본어 구로센터 일본어 전임강사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철학 수학〉 〈덤벼라 빈곤〉〈수학의 비밀〉 〈니콜라 테슬라, 과학적 상상력의 비밀〉 외 다수가 있다.

감수 곽영직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켄터키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수원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자연과학의 역사」「물리학의 세계」「물리학이 즐겁다」 등이 있으며, 역서로 「빅뱅」「오리진」 「즐거운 물리학」 「천재들의 과학노트 3 물리학」「우주의 시작과 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