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섬으로 하라’(근본 경전).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말은 한역 《아함경》에만 등장한다
“가르침 의지해 스스로 정진해야”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대표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말은 원래 부처님의 마지막 유훈을 이른다. ‘자신을 등불로 하고 가르침을 등불로 하라’는 말씀이다. 부처님오신날에 등불을 밝히는 가장 타당한 이유가 바로 그 유훈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아가서는 과거 구원겁의 업보에 쌓인 무명의 어둠을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서 걷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등명 법등명’이라는 말은 한역 《아함경》에만 등장한다. 빠알리 대장경이나 티베트 대장경에서는 ‘자신을 등불로 하고 가르침을 등불로 하라’라는 부처님 말씀 대신에 ‘자신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섬으로 하라’는 구절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 심지어 1950년 발견된 대반열반경에 대한 돈황본 범본에도 분명히 ‘자신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섬으로 하라’는 구절이 발견된다. 이러한 차이는 동음이의어에 대한 오해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심각한 교리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마도 우연적인 것이겠지만 불교학자 가운데 초월적인 자아론자들은 등불을 지지하고 무아론자들은 섬을 지지함으로써, 등불은 진아(眞我)를 대변하게 되었고 섬은 무아(無我)를 대변하게 되었다. 등불이건 섬이건 모두 비유이다. 《쌍윳따니까야》에서는 열반과의 동의어로 조견(照見)이라는 말과 섬(島)이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각각 윤회의 바다를 비추는 등불이나 윤회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섬에 비유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을 등불로 하고 가르침을 등불로 하라’는 말씀이건 ‘자신을 섬으로 하고 가르침을 섬으로 하라’는 말씀이건 모두 ‘스스로 가르침에 의지하여 윤회의 바다를 건너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가르침은 원어가 다르마이다. 다르마는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세계가 부서지고 마는 진리를 의미한다. 그러한 가르침을 모아 놓은 것이 팔만대장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 가운데서도 역사적인 부처님의 원음을 모아놓은 것이 빠알리대장경의 니까야이고 니까야 가운데 법구경은 팔만대장경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원래의 책이름은 빠알리어로 담마빠다(Dham mapada), 또는 산스크리트어로는 다르마빠다(Dharmapada)라고 한다. 그 뜻은 오늘날의 말로 ‘진리의 말씀’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진리라고 하면 너무 어려울지 모르겠다.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아니 무지의 어둠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비추어주는 횃불이기도 하고, 태풍이 몰아치는 삶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구경은 불교도가 아닌 일반사람에게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교양서이고, 불교도들에게는 짧게 서술된 시들의 의미는 광대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팔만대장경의 입문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도 크고 넓다. 그래서 당나라 때에 백거이 같은 대시인도 불교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림선사를 찾아가 ‘부처님 가르침의 대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도림선사는 다음과 같은 한 시를 대답으로 제시했다. 즉,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基意) 시제불교(是諸佛敎)’라는 것이었다. 백거이는 “‘모든 죄악을 짓지 말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을 받들어 행하라’는 말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말이 아닙니까?”라고 물었으나 선사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으나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 시는 부처님이 자신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그 가운데, 일체의 악하고 불건전한 죄악을 짓지 않는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 율장(律藏)이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은 경장(經藏)이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 논장(論藏)이다.
그러한 부처님의 최후의 가르침은 ‘모든 조건지어진 것은 무상하여 무너지는 것이니,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나도 자명하고 훌륭한 나머지 그 가르침을 베푼 부처님은 동시대인들에게 인간과 신들을 넘어서는 위대한 존재로서의 불격(佛格)을 지닌 존재로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