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불교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

도봉별곡 2022. 6. 25. 18:34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

 

1. 보리도차제론의 연원 및 위상

 

- 보리도차제론(菩提道次第論)은 티벳불교 4대 종파 중 하나인 겔룩파를 창시한 쫑카파(1357∼1419) 대사의 저술이다. 겔룩파는 현재 티벳불교의 수장인 달라이라마가 속한 종파로, 쫑카파 대사의 대표적 저술인 보리도차제론의 내용은 티벳불교 교학과 수행의 정설(正說)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다.

 

- 쫑카파는 보리도차제론의 시작부에, 용수 보살과 무착 보살이 가르친 대승불교의 전통적 견해를 아티샤 존자가 요약·집대성하였으며, 자신은 아티샤(982~1054)의 보리도등론(菩提道燈論)의 전통을 이어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 쫑카파는 아티샤의 법맥을 이은 제자를 열거하면서 마지막으로 ‘아티샤 존자의 위대한 업적을 널리 폈던 훌륭한 계승자’로 돔뙨파 걀와중네를 들고 있는데, 그는 까담파의 창시자로 일컬어진다. 즉, 쫑카파는 보리도차제론의 가르침이 아티샤 존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까담파의 법맥을 잇는 것임을 적시하고 있다.

 

2. 보리도차제론에 드러나는 겔룩파의 특징

 

- 까담파와 겔룩파의 특징은 보리도등론과 보리도차제론의 내용 자체로 드러나는 것이지만, 쫑카파가 보리도차제론에서 서술한 티벳불교 역사 인식을 통해, 간략히 겔룩파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 쫑카파는 티벳의 초기 불교 전파 시기에 싼타락시타와 파드마 삼바바에 의해 불법이 확립되었으나, 공성의 이해가 핵심에 이르지 못했기에 일부 방편이 왜곡되었으며, ‘마음으로 행하는 모든 것은 다 장애’라는 중국 선종의 승려(마하연)가 불법을 그르치고 있었다고 서술한다. 이에 794년, 싼타락시타의 제자인 까말라실라가 쌈예 논쟁에서 승리해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확고하게 확립시켰다고 본다.

 

- 후기 전파 시기에도 밀부(密部)의 뜻이 진리에 어긋나게 전해졌는데, 대학자나 유가사로 자처하던 몇몇이 불교의 근본적인 청정범행(淸淨梵行)을 크게 그르쳤다고 서술한다. 이에 아티샤 존자가 그 잘못을 차단하고, 바로잡았다고 본다.

 

- 쫑카파가 서술하고 있는 이러한 역사 인식을 통해볼 때, 티벳 불교의 종파 중 일부가 전통적 교학과 계율을 무시하며 신비화(소위 ‘명상 제일주의’)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까담파와 겔룩파는 이에 반대해 전통적 교학과 계율의 기반 위에 명상 수행을 근거짓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 이는 보리도차제론을 통해,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삼승의 길 또는 하사, 중사, 상사의 가르침)을 버리지 않음, 대승이라는 최종 목적에 이르는 일반적인 길(소승 또는 하사, 중사)과 특수한 길(대승, 금강승 또는 상사)을 모두 차례로 닦음, 삼학(계, 정, 혜)을 편벽되지 않게 고루 닦아나감, 교학과 수행, 현밀의 총합 등의 특징으로 나타난다.

 

3. 보리도차제론에 서술된 삼사(三士)의 특징

 

(1) 삼승(三乘)과 삼사(三士)의 관계

 

- 보리도차제론에서 서술하는 전통적인 삼승은 성문, 연각, 부처의 길이다. 성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아라한을 성취하는 제자들의 길, 연각은 부처님이 없는 시대에 홀로 깨달음을 얻지만 가르침은 펴지 않는 벽지불의 길이며, 부처는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가르침을 펴는 길이다. 보리도차제론에서는 성문과 연각을 한데 묶어 소승으로 분류하고, 보살과 부처의 길을 대승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바라밀승, 밀주승(또는 금강승)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현밀에 따라 대승을 다시 나눈 것으로 모두 대승에 속한다. 이중 성문, 연각 또는 소승의 길은 보리도차제론에서 중사의 단계와 일치하고, 보살, 부처 또는 대승(바라밀승, 밀주승, 금강승)의 길은 상사의 단계와 일치한다. 하사는 일종의 예비단계로 현생을 넘어 내생의 이익을 구할 뿐, 아직까지 윤회로부터의 해탈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삼승에 대응하는 부분이 없다.

 

(2) 테라와다 불교 수행체계와의 관계

 

- 테라와다 불교는 언뜻 삼승 중 성문승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쿳다까 니까야에 속한 자따카(본생경)나 5세기에 성립된 청정도론 등의 논서를 참조하면 테라와다 불교전통 내에 이미 삼승(三乘)을 추구하는 신앙과 구체적인 수행방법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무량심과 십바라밀의 수행방법이 대표적이다. 성문승만 해도 이 생에서 아라한, 최소한 수다원의 과를 얻으려는 목표 외에 미래 부처님(미륵불)의 제자로서 아라한이 되겠다는 서원을 세울 수 있다. 테라와다 불교 전통에서는 이렇게 특수한 서원을 세운 수행자의 경우, 서원의 힘으로 인해 위빳사나 지혜의 단계 중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상카라에 대한 평온의 지혜’를 성취하고 나서 도와 과의 지혜(열반)로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설명한다. 수다원과를 일단 성취하고 나면 최대 일곱 생밖에는 더 윤회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삼사(三士) 수행의 상호 관계

 

- 보리도차제론에서는 하사, 중사, 상사로 나누어 대승의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단계를 서술한다. 대승, 즉 상사가 최종 목적이지만 곧바로 건너뛸 수 없고 하사, 중사의 수행은 상사의 단계를 위해 필수적인 수행단계다. 상사가 되면 하사, 중사를 버리는 것도 아니고 상사의 단계에서도 하사, 중사의 수행들을 대승의 일반적인 수행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닦아나가야 한다. 대승의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걸리고, 수많은 인(因)과 자량(資糧)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승의 목적은 모든 중생이 이익을 얻는 것인지라 교화하고자 하는 자의 삼승(三乘)의 종성(種姓)에 따라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4) 하사(下士)의 수행 단계

 

- 하사, 중사, 상사는 수행자를 세 단계로 구분하는 것이다. 즉, 하사 역시 가장 낮은 단계지만 수행자다. 하사는 금생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고 내세에 선취(인간, 천상)를 얻기 위한 모든 인(因)을 짓는 수행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윤회에서 해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행하지는 않는다.

 

- 하사부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건 첫째로 현생이 오래 지속되지 않음을 기억하고, 남아 있는 수행의 시간과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 생의 노력으로 결정될 악취(惡趣)의 고통과 선취(善趣)의 안락을 떠올림으로써, 현생에 악업을 버리고 선업을 행하도록 독려한다.

 

- 구체적인 수행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현세에 오래 살 수 없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기억함.

2. 인간의 몸을 받기가 어렵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가 어려움을 기억함.

3. 악취(지옥, 축생, 아귀)의 고통을 기억함.

4. 삼보에 의지함으로써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일으킴(귀의, 공양, 수계 등).

5. 인과응보의 바른 견해를 믿고 거듭 사유함.

6. 선업(십선업도(十善業道))을 행하고 불선업(십불선업(十不善業道))을 버림.

7. 전생부터 이미 지어온 불선업을 참회함.

 

(5) 중사(中士)의 수행 단계

 

- 중사는 윤회를 혐오하기 때문에 삼유(三有, 욕계 존재, 색계 존재, 무색계 존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 정, 혜 삼학을 적용하는 수행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과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것이지, 다른 모든 존재의 이익과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 중사부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건 첫째로 선취(인간과 천상)의 안락 역시 일시적인 것이며, 언제고 악취에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상기하는 것이다. 윤회를 표류하는 동안은 어디서고 근본적인 고통(行苦)을 피할 수 없다. 선취(善趣)에 대한 염오감과 윤회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킴으로써, 윤회로부터의 해탈과 열반의 증득을 위해 수행하도록 독려한다.

 

- 구체적인 수행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생사윤회를 고제(苦諦, 고통)로 거듭 사유함.

2. 생사윤회를 집제(集諦, 고통의 원인)로 거듭 사유함.

3. 생사윤회를 십이연기법으로 거듭 사유함.

4. 재가의 허물을 거듭 생각하고, 출가하기를 발원함.

5. 별해탈율의(비구·비구니계)와 사선정(四禪定), 사성제 등 계·정·혜 삼학을 닦음.

 

(6) 상사(上士)의 수행 단계

 

- 상사는 다른 모든 존재들을 위한 대자비심으로 성불하기 위해 수행한다. 상사부의 수행은 곧 대승에 대응하며 육바라밀과 밀교의 방편을 포함한다.

 

- 상사부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건 첫째로 다른 모든 중생들이 윤회의 고통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그들을 연민하지 않고 돕지 않는다면 옳지 않다는 인식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을 본받아 남을 이롭게 하기 위해 기꺼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자 하는 보리심을 일으킨다.

 

- 구체적인 수행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일체 중생들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보리심을 거듭 일으킴.

2. 일체 중생에 대한 사무량심(자비심)을 거듭 일으킴.

3. 습관적인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기름(자기와 타인을 바꾸는 수행).

4. 보살율의를 받아 지킴.

5. 대승경전을 배우고 보리심의 장점을 사유함.

6.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을 닦음.

7. 사섭법(보시, 애어, 이행, 동사섭)을 실천함.

8. 두 단계의 밀교 방편(생기단계, 원만단계)을 수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