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 거시물리학
별들의 윤회와 블랙홀의 생성
도봉별곡
2023. 1. 2. 02:36
별들의 윤회와 블랙홀의 생성
예로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초신성은 현대 천문학의 최첨단 연구 주제이다
1572년, 카시오페이아자리에 나타난 초신성을 보고 '신성(新星, nova)'이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1546~1601)이다. 당시에는 초신성과 신성은 구별되지 않았다. 별이 갑자기 밝게 빛나는 신성 폭발보다 훨씬 밝은 것이 '초신성 폭발(supernova)'이다. 역사상 가장 밝은 것으로 여겨진 1006년의 초신성은 지구에서 보면 금성 10배 정도의 밝기로 빛났으며 방출된 에너지는 태양 100억 개가 1년에 방출하는 양과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소를 합성하면서 종말을 향해 간다
항성이 빛나는 이유는 항성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태양은 수소 가스가 모인 '주계열성'으로, 그 내부에서는 수소 원자핵끼리 핵융합해 헬륨이 만들어진다. 이때 잃은 질량만큼의 에너지(E=mc2)로 인해 태양은 빛난다. 주계열성의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은 서서히 진행된다. 수소가 완전히 소진되면 다음에는 헬륨끼리 핵융합을 시작하며 팽창해 '백색 왜성'이 되고, 내부에서는 탄소와 산소라는 보다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질량이 태양의 0.46~8배인 항성에서는 탄소·산소까지, 태양의 8~10배인 항성에서는 네온·마그네슘까지, 질량이 태양의 10배 이상인 항성에서는 가장 안정된 원소인 철까지 만들어진다.
무거운 원소일수록 안쪽에 가라앉기 때문에, 항성의 중심(핵, 코어)에 철이 모이고 그 둘레에 규소와 마그네슘 등의 층이 생기는 양파와 같은 구조를 이룬다. 이처럼 항성은 그 내부에 원소를 만들면서 종말을 향해 간다. 그리고 질량이 큰 항성이 그 최후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초신성 폭발에는 2종류가 있다
초신성 폭발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다. '중력 붕괴형'과 '열핵융합형'이다. 중력 붕괴형이란 태양보다 8배 이상의 질량을 지닌 항성에서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아래 그림)이다. 원소의 합성이 철까지 진행되어 핵융합 반응이 멈추면, 철 핵이 자신을 지탱할 수 없어 급격히 수축하며 순식간에 1000억°C라는 초고온이 되어 대폭발한다. 중력 붕괴형 초신성 폭발 후에는,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이나 너무나 강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블랙홀이 남는다.
중력 붕괴형 초신성 폭발
중력 붕괴형(II·I·Ic형 초신성 폭발)은 태양 질량의 8배 이상의 항성에서 일어난다. 철 핵의 질량이 태양의 질량(약 1.99×1030kg)과 같은 정도가 되면, 철 핵이 안쪽으로 수축하는 '중력 붕괴'를 일으킨다. 이것이 초신성 폭발의 시작이다. 철 핵은 약 1초에 지름 10km까지 순식간에 수축하고 양성자가 전자를 흡수해 중성자가 되면서, 초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이 생긴다. 중성자별이 태양 질량의 약 3배보다 무거우면 블랙홀이 된다. 이때 핵(코어)의 수축으로 안쪽으로 향했던 힘은 중성자별의 표면에서 반발해 바깥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충격파가 되어 바깥층 표면까지 전달된다(shock breaking out). 이로 인해 수 시간 후에는 바깥층이 휩쓸려 사라진다. 중성자별 내부에서 부산물로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소립자 '중성미자(뉴트리노)'는 바깥으로 방출되며 열의 대부분을 가지고 간다.
1.항성
수소
헬륨, 탄소 등, 각 원소의 층구조
2.철 핵
중성미자
중력 붕괴로 인한 수축
3.충격파
원시 중성자별
중력파 방출
4.초신성 폭발
중성자별
핵융합 반응을 종료한 후에 남은 천체이다. 그 백색 왜성에 부근에 있는 다른 항성(동반별)에서 가스가 흘러 들어와 태양질량의 1.4배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재개되며 폭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열핵융합형 초신성을 'Ia형(일에 이형) 초신성'이라고도 한다.
우리은하계 안에서 중력 붕괴형은 수십 년에 한 번, 열핵융합형은 수백 년에 한번 정도의 빈도로 일어난다.
초신성이 초래하는 고에너지 현상
우주물리학자인 일본 도쿄 대학교의 도타니 도모노리(戸谷友則) 교수는 “초신성 폭발이 재미있는 점은 폭발 그 자체의 화려함만이 아니라 다양한 고에너지 현상을 일으킨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주를 날아다니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은 초신성이 폭발한 다음에 남은 '초신성 잔해'에서 방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도타니 교수는 말한다.
초신성이 폭발한 후에 남은 중성자별과 관련된 고에너지 현상도 천문학의 중요한 주제이다. 중성자별과 관련된 현상으로는, 회전하면서 주기적으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펄서'(102~103페이지 참조)만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쌍성을 형성하는 중성자별이 동반성에서 물질을 빨아 들여 X선을 방출하는 ‘X선 쌍성'과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는 '마그네타(magnetar, 자석별)' 등이다.
그리고 초신성 폭발에 의해 회전하는 블랙홀이 만들어질 때, 초신성 폭발보다 훨씬 고에너지 현상인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초신성 폭발이 일으키는 다양한 고에너지 현상을 천문학자들은 이론과 관측 양면에서 연구하고 있다.
별의 최후는 시작이기도 하다
초신성 폭발에는 다음 세대의 별을 탄생시키는 역할도 있다. 항성 내부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원소가 초신성 폭발로 인해 우주로 흩어져 새로운 항성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약 46억 년 전에 태어난 태양계에 다양한 원소가 있는 것은 은하계 안에서 과거에 여러 차례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다양한 원소가 이 부근에서 잘 섞인 결과이다. 초신성 폭발로 인해 생긴 충격파가 주위의 성간 가스를 압축·가열함으로써 가스의 밀도가 높은 '분자 구름 핵'이 생기고 그곳에서 새로운 항성이 형성된다.
“관측이 진행되어 많은 초신성이 발견되면서, 그중에는 전형적인 패턴이 아닌 초신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도타니 교수) 현재 세계 각국의 연구소가 초신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신성을 하늘 전방위에서 포착하기 위한 도쿄 대학교 기소 관측소의 관측 프로젝트 '토모에 고젠'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CMOS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로 하늘 전체를 동영상 촬영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KMTNet(외계 행성 탐색 시스템) 프로젝트의 하나로 초신성 연구를 하고 있다. KMTNet은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면서 초신성, 소행성, 외부 은하 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KMTNet은 칠레,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곳에 설치한 1.6m 광시야 망원경 3기를 이용해 초신성 탐사 관측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2022년 2월에는 la형 초신성의 폭발 비밀을 풀 핵심 자료인 폭발 후 1시간 내 빛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연구와 함께, 새로운 관측 위성 'IXPE'(101 페이지 참조)가 발사됨에 따라, 앞으로의 초신성 관측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오늘도 우주 곳곳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초신성폭발(그림)
동반성에서 유입되는 가스+백색 왜성
=동반성에서 유입되는 가스가 만드는 원반 모양의 구조(강착 원반)
열핵융합형 초신성 폭발
열핵융합형 초신성 폭발(Ia형 초신성 폭발)은 백색 왜성(적색 거성이 바깥층을 잃고 식은 항성)에서 일어난다. 백색 왜성과 쌍성을 이루는 또 하나의 별(동반성)에서 가스가 유입되거나 백색 왜성끼리 합체해 질량이 커지면, 백색 왜성 내부의 탄소와 산소가 순식간에 철로 변하는 핵융합 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나 폭발한다. Ia형 초신성은 밝기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거리를 재는 기준이 된다.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하는 데에도 Ia형 초신성이 이용된다. a형 초신성 폭발 후에는 중성자별과 블랙홀은 남지 않으며, 원래의 백색 왜성도 날려 흩어져 성운 모양의 초신성 잔해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