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교실의 철학 강의 노트
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역사 4
도봉별곡
2023. 3. 6. 20:22
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역사 4
자의식(自意識)
물체, 육체, 수학,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내가 의식한다는 사실뿐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17세기에 깊이 생각한 사람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남긴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이다.
데카르트는 '모든 물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 이유는 철학자 베이컨이 귀납법을 주장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왜 존재를 의심하는 것이 옳은 지식을 얻는 것으로 이어질까?
자의식만은 확실히 있다 여기서 철학을 시작하자
예컨대 전제가 되는 지식이나 경험이 틀렸다면 거기서 유도되는 지식도 틀린 것이 된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옳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절대로 옳은 존재, ‘제1원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감각은 애매해서 잘못 보거나 듣는 경우가 있다. 데카르트에게 감각으로 파악된 세계는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어쩌면 눈앞의 책이나 입고 있는 옷, 나 자신의 육체도 꿈속의 존재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나아가 데카르트는 '3+5= 8' 같은 수학의 계산 결과도 틀렸는데 맞는다고 생각하도록 신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의심한 데카르트였지만,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는 이 의식만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데카르트는 의식(마음)이야말로 제1원리라고 생각하고 여기서부터 옳은 지식을 쌓음으로써 철학을 처음부터 재구축하려고 했다.
먼저 의식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의식에 떠오르는 세계는 머릿속에서 '관념'으로 확실히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전능의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결론을 논리적으로 유도해 냈다.
나아가 신의 '성실성'에 의해 물체의 존재나 수학의 옳음도 보증된다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데카르트는 결국 '모든 물체는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카르트의 의심은 의식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철학을 만들어 냈다. 우리 인간은 생각하는 '의식'과 기계적 물체로서의 '신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심신 이원론). 이 생각은 다음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자연계의 모든 것을 '기계'로 파악하는 생각 -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이어졌으며, 현대 과학에도 받아들여졌다.
※ 이것을 '신의 존재 증명'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그 논리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약간 억지가 되는 논리라고 하며, 후대의 철학자 칸트는 논리의 비약을 지적했다.
의심스러운 이 세계
'자의식만이 유일하게 확실한 존재라고 한 데카르트의 생각을 그렸다. 데카르트는 눈앞의 물체, 자기 자신의 육체, 수학의 계산 결과 등 모든 것을 의심했다.
모든 것의 존재를 의심한다………… 그러나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3+5=8
르네 데카르트
1596년 프랑스 출생. 1637년에 자신의 철학을 기술한 《방법서설》을 출판 《방법 서설》에서는 데카르트가 고안한 '직교좌표계(직교하는 2개의 축을 사용해 나타내는 좌표계)'가 사용되었다. 직교좌표계를 '데카르트 좌표'라고도 한다.
물리학과 결정론
데카르트의 철학이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다'는 생각을 만들었다
'물리학의 원조'라면 갈릴레오 갈릴레이나 아이작 뉴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또 한 사람이 있다. 그 공적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는데, 바로 철학자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는 모든 존재를 의심한 뒤 의식(마음)을 제1원리로 삼고 철학을 재구축했다. 이리하여 ‘물체는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까지는 앞 페이지에서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물체'란 크기와 형태만 가진 기하학적 존재를 가리킨다.
실은 이 생각은 '물체는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 생각을 근거로 해서 물체의 운동 법칙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 법칙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내용은 '물체는 밖에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정지해 있는 것은 계속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것은 계속 움직인다'는 뉴턴 역학 운동의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이다.
관성의 개념은 데카르트에 의해 최초로 제창되었다. 데카르트가 사망한 후, 그의 저작을 열심히 연구하고 때로는 비판한 뉴턴에 의해 관성의 법칙은 뉴턴 역학에 포함되었다.
자연계는 '기계'로 되어 있으며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나아가 '자연의 사물’을 모두 기계의 부품 같은 것이라고 파악했다. 날씨의 변화, 동물의 움직임, 우리 신체 기능 등은 모두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기계론적 자연관'이라고 한다. 데카르트는 실제로 무지개나 구름의 발생, 빛의 전파, 심장의 기능 등을 설명하려고 시도했다. 물체의 의지나 영혼 등 ’상상의 개념'을 최대한 배제하는 태도는 근대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또 기계론적 자연관을 하나의 계기로 해서 '만물의 운동을 모두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모든 현상의 미래를 계산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중에 나온다.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결정론'이라는 개념이다. 미래가 정해져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작 뉴턴
1642년 영국 출생. 운동의 기본 법칙을 정리한 뉴턴 역학을 만들었다. 그의 저서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프린키피아)>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현대에 물리학(과학)이라고 부르는 연구 분야는 당시에는 철학에 포함되어 있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눈은 운동의 법칙으로 계산할 수 있다
원리적으로는, 던져진 주사위의 운동 궤적을 뉴턴 역학의 운동법칙을 이용해 계산하면, 어떤 눈이 나올지 미리 알 수 있다. 만약 모든 현상의 미래를 이처럼 계산할 수 있다면 '미래는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결정론'이라는 개념이다.
경험론 ①
우리가 바나나를 보고 바나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17세기부터 영국에서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흐름을 이어받아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을 중시하는 철학이 발전했다. 이러한 '영국 철학'은 프랑스 태생의 데카르트로부터 이어진 '대륙 철학'과는 대조적인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서는 나중에 과학의 뿌리를 뒤흔드는 생각을 탄생시킨 영국 철학을 소개한다.
사람은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
우리가 바나나를 볼 때 바나나라고 알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부터 바나나를 바나나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런 의문에 대해 생각한 사람이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였다.
로크는 이 의문에 대해 "갓 태어난 아기는 '백지 상태'이며, 그 후 여러 가지 경험에 의해 지식이 기록된다."고 생각했다. 즉 '경험을 쌓음으로써 바나나가 바나나임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로크의 생각에 근거하면 사람은 바나나에서 '달다' '노랗다' '가늘고 길다' 등의 인상(단순 관념)을 얻는다. 이 경험을 쌓아가면 머릿속에 바나나라는 '복합 관념'이 만들어져 바나나를 바나나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로크는 이렇게 해서 생긴 관념, 예컨대 '노랗고 달콤한 바나나'라는 관념이 마음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바깥 세계에 있는 바나나의 원형은 크기나 형태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상정된다. 바나나는 우리의 오감에 작용해 색깔이나 냄새를 느끼게 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노랗고 달콤한 바나나라는 관념이 만들어진다고 이해한 것이다.
생후의 경험을 중시하는 로크의 철학을 '경험론'이라고 하며, 영국에서 발전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데카르트를 비롯한 '대륙 쪽'과는 정반대가 되는 개념이었다.
데카르트는 '사람은 태어나면서 물체나 개념을 올바로 인식하기 위한 원리나 지식을 신으로부터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득(生得) 관념'이라는 생각에 근거하면, 아기는 이미 '바나나를 바나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의사였던 로크는 아기가 그런 생득 관념을 가지고 태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음속에 만들어진 탁자와 바나나의 관념
로크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탁자와 바나나를 인식하는 메커니즘을 그렸다. 색깔이나 냄새는 우리 마음속에 나타나는 관념이며, 바깥 세계에 있는 원형은 크기나 형태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상정된다.
탁자의 원형-바나나의 원형
탁자의 관념-단단하다-갈색나무- 향기-매끄럽다-사각형이다-가볍다
바나나의 관념-구부러졌다-단맛-몰랑하다-가늘고 길다-노랗다-달콤한 냄새
존 로크
1632년 영국 출생,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자연 철학과 의학에도 정통했다. 화학의 기초를 세운 자연 철학자 로버트 보일(1627~1691)과 깊이 교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