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교실의 철학 강의 노트

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역사 10

도봉별곡 2023. 3. 7. 17:28

과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역사 10

논리 실증주의

과학이 대상으로 삼는 범위를 생각하는 새로운 시도

과학 철학은 빈 학단의 설립에 의해 크게 발전했다고 생각된다. 빈 학단은 수학자 한스 한(Hans Hahn, 1879~1934), 철학자 루돌프 카르나프(Rudolf Carnap, 1891~1970), 오토 노이라트(Otto Neurath, 1882~1945), 모리츠 슐리크(Moritz Schlick, 1882~1936) 등이 참가한 자연 과학자와 철학자들의 연구 그룹이었다.


그들은 1929년 프라하에서 베를린 그룹과 공동으로 과학 철학의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그 국제회의에서 빈 학단의 설립 선언과 함께 발표된 것이 '과학적 세계 파악- 빈 학단'이라는 문서이다.

과학이 대상으로 삼는 범위를 설정한 논리 실증주의

빈 학단은 마흐나 프레게, 러셀 등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들이 말하는 과학적 세계 파악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예로부터 생각되었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사항, 즉 형이상학의 부정이었다. 예컨대 '신은 완전하다.'든가 '혼은 죽지 않는다.' 등 형이상학에서 다루는 테마는 사실로서 검증할 수 없다. 그들은 관찰이나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을 과학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다.

나아가 빈 학단은 실증할 수 있는 사항의 분석 방법으로 논리적인 분석 방법을 받아들였다. 이것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저작 《논리 철학 논고》에 제시된 생각이다. 비트겐슈타인은 과학적인 글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실증 가능한 사실에 대해 서술한 글. 또 하나는 논리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올바른 글이다.

 

그러나 '신은 완전하다.'는 글은 실증할 수 없는 데다 논리적인 조합으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이 같은 글은 무의미한 글이라고 생각했다. 빈 학단은 관찰이나 실험에서 논리적으로 유도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과학의 방법론을 다시 한 번 재구축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과학에서는 『논리철학논고』나 '과학적 세계 파악'에서 무의미하나고 간주되는, 직접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이 과학을 전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당시 그 존재를 의심하지 않게 된 '원자'나 '전자'도, 당시에는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유도해 낼 수 없었다.

 

빈 학단 활동의 중심

사진은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 1922년 빈 대학의 철학 교수로 취임한 모리츠 슐리크를 중심으로 수학자 한스 한과 경제학자 오토 노이라트 등 제일선에서 활약하던 젊은 연구자가 다수 모였다. 1929년에는 프라하의 국제회의에서 '빈 학단'의 설립을 선언했다.

 

반증 가능성

 

‘가설을 반증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과학이다'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과학 철학'의 탄생

'과학적'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20세기에 들어와 과학에 대해 철학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분야인 '과학 철학'이 생겼다. 위의 의문도 과학 철학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이다.

'모든 거위는 하얗다'는 가설을 예로 과학적인 검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보통은 거위의 색깔을 1마리씩 조사해 나갈 것이다. 이처럼 개별적인 관찰을 거듭해 가설을 검증하거나 법칙을 유도하는 방법을 '귀납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철학자 흄은 귀납법에 의한 추론이 확실히 옳은 결론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다(50쪽). 그러한 귀납법을 '과학적인 검토'라고 해도 좋을까?

 

'검은 거위'를 찾는 태도야말로 '과학적'이다

과학 철학에 몰두한 20세기 영국의 철학자칼 포퍼(1902~1994)는 흄의 생각을 받아들여 귀납법에 의존하지 않는 과학적 방법을 제안했다. 포퍼는 가설이 틀렸음을 보여 주는 것(반증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인 검토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검은 거위'가 1마리라도 발견되면 '모든 거위는 하얗다'는 가설이 틀렸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귀납법에 의한 검증은 항상 불확실하지만 반증이라면 확실하다. 포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가설을 세우고 반대되는 예를 찾아 가설을 반증하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는 식으로 되풀이함으로써 과학적인 검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처럼 '반증이 가능한 것(반증 가능성을 갖는 것)'이야말로 '과학'의 정의라고 했다.

나아가 포퍼는 과학자의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가설이 반증된 경우에는 그 가설을 제창한 과학자는 깨끗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거위는 하얗다?
하얀 거위가 무리를 지어 있는 사진이다. 포퍼는 '모든 거위가 하얗다.'는 가설에 반대가 되는 예인 '검은 거위'를 찾아 가설의 반증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인 검토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검은 거위나 갈색 거위도 존재한다.

칼 포퍼

1902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영국 철학자. 1934년에 발표한 최초의 저작<탐구의 논리>에서 '반증 가능성'을 중시하는 과학적 방법론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