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교실의 철학 강의 노트
철학과 종교 - 뒤섞이면 본질이 희석된다 / 철학자 강대석
도봉별곡
2023. 3. 22. 06:00
철학과 종교 - 뒤섞이면 본질이 희석된다 / 철학자 강대석
많은 사람들이 철학과 종교의 본질을 혼동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철학과 종교는 상반된다. 신화적 혹은 종교적 사고를 벗어나 과학적인 성찰과 더불어 철학이 시작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모든 학문이 신학에 종속되어 있었던 중세의 암흑기에 철학은 신학의 시녀로 변질되었지만 근세와 더불어 철학은 중세 스콜라철학의 무용한 환상을 벗어나 다시 과학과 손을 잡고 독자적인 발전을 수행해 왔다.
그렇다면 종교와 철학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종교는 일회적인 계시를 근거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반면 철학은 과학적인 연구의 성과를 밑받침으로 인간을 합리적으로 설득하려 한다.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는 종교와 달리 철학은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서 스스로 진리를 찾아가고 앞선 진리를 비판하게 한다.
종교와 철학이 다 같이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려 하지만 그 근거가 비과학적이냐 과학적이냐의 차이가 있다. 철학은 물론 일정한 연구대상에 집중하여 그 인과법칙을 연구하는 과학과는 다르다.
그러나 철학은 과학이 제시하는 자연, 사회,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결과를 밑받침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세계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과학을 근거로 하지 않는 철학은 공허한 소설로 끝난다.
철학과 종교가 뒤섞이면 철학의 본질이 희석화되고 결국 사이비 철학으로 끝난다.
독일의 문호 괴테도 과학을 갖고 있는 사람은 종교가 필요 없다고 말했으며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종교에서 멀어질수록 참된 철학이 된다고 말했다.
죽도 밥도 아닌 어중간한 철학들이 지금 한국 철학을 오염시키고 있다. 어중간하게 종교와 뒤섞여 있는 몽매한 철학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근세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의 주제였다.
프랑스혁명의 이념을 제공한 이러한 철학이 우리 나라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다. 번역은 물론 아직 소개조차 되지 않는 홀바흐의 <자연의 체계>나 헬베시우스의 <인간론>은 결코 흄이나 칸트의 저술에 뒤지지 않는다.
서양철학을 소개해준 사람의 숨은 의도가 있었거나 그것을 받아들인 우리 선조들의 안목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나라 철학의 가장 절실한 과제 하나는 바로 어중간하게 뒤섞여 있는 신학의 잔재를 철학에서 척결하는 일이다.
<강대석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