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삶, 혹은 연극? 화가 샬로테 살로몬 자서전/소설 때때로 맑음
도봉별곡
2023. 9. 23. 16:40
삶, 혹은 연극? 화가 샬로테 살로몬 자서전/소설 때때로 맑음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행을 바꿨기 때문에 이 소설은 아주 긴 장시처럼 보인다.
평생 그녀가 받은 모든 영향이 거기에 다 들어 있다.
그러나 그 영향은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무이한 형식을 이루며
그녀의 찬란한 독창성 속에서 잊혔다.
-예술가가 되는 여정에는 극적 전환점이 있게 마련
샬로테 살로몬은 프랑스 남부에 피신했던 시절인 1940년 말부터 1942년 중반까지 18개월간 오틸리 무어의 충고에 따라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몇 가지 기본색만을 사용한 그림 중간에 문학작품 인용문과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악보까지 곁들인 그녀 작품은 일종의 총체 예술이다. 독일군에게 체포되기 직전에 그녀가 신뢰했던 의사에게 스케치북을 건네며 “이것이내 모든 삶이에요”라는 말을 남겼다. 그것은 그림이자 한 편의 소설, 그리고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 그녀의 자서전이었다. 하필 그 시절, 거기에서, 유대인으로,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운 병력을 지닌 가족에게서 태어난 것이 그녀의 업보이다. 전후에 살아남은 부모가 간직하다가 암스테르담 유대인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대중에 공개되었고 1000여 점에 이르는 그림 중 조너선 사프란 포어를 비롯한 몇몇 작가가 작품을 골라 2010년 그녀를 위한 전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이전 작품 중에 비틀즈의 일원이었던 존 레넌에 대한 전기가 끼어
있다. 그 작품은 정신분석의와 마주한 환자 존 레넌이 일인칭으로 서술한 소설 형식이었다. 그의 삶도 샬로테 못지않게 파란만장했지만 존 레넌은 생전에 예수보다 유명했던 반면 샬로테는 무덤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었고 작품도 나중에야 알려졌다. 근래 들어 부쩍 프랑스 소설가가 자서전이나 전기 쪽에 눈길을 돌린다. 『샬로테』가 순수한 상상력의 소산이었다면 한 여자에게 한꺼번에 온갖 불행을 골고루 덮어씌운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짧은 단문과 잦은 행갈이로 이뤄진 『샬로테』를 읽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진정한 불행은 자연스러운 언어로 옮겨지기 어렵다. 아마도소설가는 긴 설명보다 짧은 신음, 긴 침묵이 그나마 샬로테의 삶에 적절한 형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죽은 자의 이름/소설 때때로 맑음
194 -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