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미시물리학
물질파와 대응원리 / 생각하는 공대생 라이니안
도봉별곡
2024. 3. 24. 07:30
물질파와 대응원리 / 생각하는 공대생 라이니안
입자가 파장의 성질까지 갖는다는 생각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전자나 원자의 크기에서의 얘기 아니었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 다만 여러분은 전자에 비해 질량이 너무 커 파동의 성질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같지만 이에 한 과학자는 “우주에는 문제가 없다. 그걸 이상하게 느끼는 인간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답니다. 조금 웃기죠!
아인슈타인의 광전 효과 실험에서 빛이 입자의 성질을 지닌다는 것이 증명된 이후 이 개념을 역으로 생각하여 ‘입자도 파동의 성질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 아래 출발하였습니다. 이 이론 덕분에 빛의 이중성 및 물질의 이중성 역시 인정받기 시작한 거죠.
더 나아가 육체와 영혼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인간에 대해 확장 적용해 보자면, 이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순간, 신이라는 사실이 부정 당하는 신의 존재처럼, 신은 인간의 눈에 나타나는 것을 거부하듯이 인간의 영혼도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영혼이 검증 받기를 거부하는 거죠. 영혼이 파동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영혼은 물질의 이중성을 인정받은 이중 슬릿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을 입자와 파동이라는 현상을
나타내려면 우선 인체를 파동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순간 죽음이 시작하고, 그러면 살덩어리로 변하고 인간임을 거부당하는 것이죠. 마지막 의문은 신은 파동일까요, 입자일까요, 영혼일까요? 참 신의 영혼은 신령이라는 이름을 붙여야겠죠.
육체와 영혼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드 브로이(프랑스 귀족 집안 출신 물리학자)는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과 그의 특수상대성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특히 광양자설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이때 빛이 파동이면서 입자라면 대칭성의 관점에서 입자도 파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줄 적당한 이론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플랑크의 양자가설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드 브로이의 방정식 참조
그런데 왜 우리의 일상(거시세계)에서는 파동의 성질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이대로라면 사람도 동시에 이중 슬릿 실험 장치의 두 개의 다른 문을 통과하는 현상이 가능해야 합니다. 안타깝죠? 거시세계의 물질들은 모두 전자나 원자 같은 입자보다 엄청나게 큰 질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사람 1명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만 해도 약 1028개입니다.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이 약 1011개이라고 생각하면 운동량이 입자 차원에 비해 극한적으로 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드 브로이의 식에 의하면 파장이 0에 수렴하게 되어 파동의 설질이 사실상 나타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거시세계에서 파동의 성질을 확인할 없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이 얘기를 좀 더 발전시키면, 양자역학의 극한이 바로 고전역학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구분구적법이나 사각형의 픽셀이 모여 곡선그래픽이 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이를 대응원리(correpondence principle)이라고 합니다. 물질파이론이 있기에 양자역학을 기술할 수 있습니다. 즉 구체적인 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파장을 알 수 있으니 그 파장을 가진 가장 단순한 평면파에서 시작하여 1차원을 3차원으로 확장하는 등, 본격적인 양자역학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 외에도 물질파이론에서 평면파를 가정했을 때 파동함수가 나타내는 좌표와 운동량의 표준 곱차의 곱에서 불확정설의 원리가 도출되는 것 또한 물질파이론에서 출발합니다.
이명현(사회자): 소설 속에서는 ‘숙고’ 컴퓨터를 통해서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결론’을 42라고 내리지요. 저는 그 주제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허블 상수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우주가 팽창을 얼마나 빨리하느냐는 계수인데, 이게 우주의 나이와도 관련이 있고 중요한 계수거든요. 제가 대학원생 때만 하더라도 ‘허블 전쟁’이라고 불렸습니다. 50과 100이라는 값을 가지고 싸우는 두 파벌이 있었습니다. 100이라고 하면 우주의 나이가 100억 년이고 50은 200억 년입니다.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불쌍한 사람은 대학원생입니다. 발표를 할 때 모든 절댓값에 이 값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불쌍한 대학원생들은 75를 썼어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전한’ 값으로 대학원생 허블 상수라고 불렸습니다. 그게 2000년대 들어와서야 해결이 되었는데 옳은 값이 71, 72 정도 했습니다. 대학원생 값이 얼추 맞았던 거죠. 절박한 사람일수록 맞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50이라고 주장했던 교수 중에 42를 주장하는 논문을 쓰신 분이 계십니다.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았는데 갑자기 신이 나타나서 42라고 했대요. 그래서 42가 허블 상수다. 이 논문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논의가 많이 되었고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가 허블 상수를 계시해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계산할 때 늘 75를 쓰면서도 42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우리가 뭔가 잘못하는 것 같고 그랬거든요.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습니다.
김상욱(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 그 이야기를 하려면 결정론/비결정론 문제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물리학의 할아버지가 갈릴레오라면 아버지로는 아이작 뉴턴을 들 수 있죠. 뉴턴 역학의 우주는 초기 조건에서 운동 법칙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는 우주입니다. 이것을 결정론적 우주관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이 어느 순간 우주 안 모든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계산을 해서 미래를 알 수 있어요. 이것을 거꾸로 이야기하면, 여러분의 현재 위치와 운동은 우주가 생길 때부터 결정되어 있었던 겁니다. 이 자리에 자신의 의지로 왔다고 믿으시겠지만, 사실은 빅뱅 때부터 정해진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유 의지가 정말 존재하냐는 물음이 나올 수가 있는데, 19세기 사람들은 ‘자유 의지는 의식이니까 의식과 운동은 별개다.’라고 생각을 해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열역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하나 발생합니다. 어려운 말로 하면 엔트로피 문제인데 쉽게 이야기하면 왜 시간이 흐르는지 잘 몰랐어요. 공을 위로 던져서 떨어지는 현상을 카메라로 찍어서 거꾸로 돌리면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죽음이나 물에다 떨어뜨린 잉크가 퍼지는 일을 찍어서 거꾸로 돌리면 굉장히 이상하거든요. 자연에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뉴턴 역학으로 설명할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물리학이 통계 역학입니다. 이때 도입된 개념이 확률이에요.
제가 종이를 반으로 접으면 종이에 자국이 남잖아요? 누가 와도 이 자국을 없앨 수가 없습니다. 종이의 깨끗한 면을 이룰 수 있는 원자의 배치는 단 한 가지밖에 없지만 망가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그 수많은 배치 가운데 하나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게 확률적으로 너무나 힘들 거든요. 제가 지금 통계역학 1년짜리 강의를 한 번에 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도입된 확률이 20세기에 양자 역학과 만납니다. 양자 역학에서는 본질적으로 확률을 피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뉴턴의 결정론이 다 깨지게 되는데, 양자 역학에 따르면 모든 사건에 다 확률이 있습니다. 단지 작아서 일어나지 않을 뿐입니다. 양자 역학에 의하면 제가 벽으로 갔을 때 벽을 뚫고 지나갈 확률이 있어요. 고전 역학에서는 이게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에 안 일어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확률이 0이 아닙니다. 단지 너무 작을 뿐이죠. 심지어 제가 갑자기 고래로 바뀔 수도 있어요. 고전 역학에서는 불가능한데 양자 역학에서는 그럴 확률이 있거든요. 불가능 확률 엔진이 바로 그런 낮은 확률을 일어나게 하는 기관입니다.
김상욱(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 사실 이것에 과학자로서 답변하려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이론입니다.” 하고 끝내면 됩니다. 평행 우주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고 실험적 증거도 없습니다. 과학 소설에 가까운 것이고, 설사 있다고 할지라도 평행 우주 사이의 의사소통은 전혀 허용 안 된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여기서는 양자 역학 이야기만 조금 하고 돌아가면 될 것 같아요. 양자 역학에서 나온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확률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양자 역학에 있는 괴상한 원리 중 하나가 입자성과 파동성 문제입니다. 오늘 필요한 만큼만 이야기하면 입자가 어느 한순간에 여러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결과입니다. 이 이야기를 극단적으로 비약하면 저는 동시에 두 곳에는 앉을 수가 없어요. 이것은 입자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양자 역학은 제가 양쪽에 동시에 있는 그런 상태가 가능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것을 양자 중첩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데 양자 역학적 대상에서는 가능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선 한 번도 본 적 없잖아요? 그런데 머리카락을 십만 분의 1로 자른 그 정도 크기에서는 지금 말씀드린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어요. 여기까지도 어려울 텐데, 이제 이것을 바탕으로 도약을 해야 합니다. ‘전자들은 중첩하는데 왜 인간은 중첩을 못하는가?’ 이게 양자 역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양자 역학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작은 세계, 미시 세계가 있고요. 우리가 사는 거시 세계가 있습니다. 우주를 둘로 나눕니다. 이것이 양자 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입니다. 미시 세계처럼 행동하던 것이 우리가 어떤 짓을 하면 어느 순간 우리 같은 거시 세계로 바뀐다는 거예요. 전자도 퍼져서 중첩 상태에 있다가 내가 어디 있는지를 보면 어느 한 장소에 딱 있게 돼요. 그때 이 전자의 질량과 전하가 나옵니다. 안 보면 다시 퍼지고요. 이게 너무 불편하잖아요? 코펜하겐 해석대로 우주를 둘로 나누면 경계가 어디냐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거든요. 원자 하나는 미시 세계이고 많이 모이면 거시 세계인데 원자가 얼마나 모여야 거시 세계냐는 경계가 필요한데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우주를 둘로 나누지 않으려는 개념이 바로 평행 우주입니다. 둘로 나누어진 게 아니라, 미시 세계에서 중첩 상태에 있던 것이 우리의 어떤 조작을 통해서 한 개의 상태로 귀결되는 거시 세계로 환원되는 게 아니라 우주 자체는 계속 중첩 상태를 유지하는데 단지 우리가 두 상태 가운데 하나의 우주에만 살 수 있도록 우주가 찢어진다는 거예요. 평행 우주에서는 우주 전체는 중첩 상태를 유지하면서 굴러가고, 단지 우리는 그중 한 우주에 살 따름입니다. 이렇게 하면 수학으로는 단 하나의 수학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편안해지죠. 대신 굉장히 많은 우주가 존재해야 하니까 마음은 불편하지만.
이제 제가 재밌었던 부분을 이야기해도 될까요? 제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책에서 다루는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숙고(Deep Thought)’ 컴퓨터가 계산하는 ‘인생과 우주 그리고 세상 만물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지구도 그것 때문에 만들어진 거대 컴퓨터였으니까요. 『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에서도 컴퓨터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궁극의 컴퓨터가 무엇일까? 궁극의 컴퓨터를 만들어서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올까?
물리학자들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컴퓨터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계산해 봤습니다. 물리학자들은 만들지는 않아요. 대신 뭐가 안 되는지는 이야기해 줍니다. 예를 들어서 여기 노트북 컴퓨터가 있다면 이것으로 대략 1기가플롭스 정도의 계산을 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이 노트북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다 사용해서 계산한다면, 1초 동안 얼마나 많은 계산을 할 수 있을까요? 답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질문인데 답을 구할 수가 있습니다. 원자의 상태가 빨리 바뀔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정리가 있거든요. 결국 물체의 전체 에너지 나누기 어떤 상수 한 것 이상으로는 빨리 움직일 수 없어요. 물체의 전체 에너지는 아인슈타인 이론에 의해 질량 곱하기 빛의 속도(F=mc2=mc^2)방정식이 있거든요. 그것에 비하면 물체가 가진 온도 에너지는 작아서 무시할 수 있어요. 그것 나누기 어떤 상수 한 것만큼의 속도가 한정된 자원으로 계산할 수 있는 궁극의 한계입니다.
그 계산을 해 봤더니 노트북 컴퓨터로는 1초 동안에 1하고 0이 50개 붙은 것만큼 질량(=에너지)를 다 사용해서 계산할 수 있어요. 이 계산을 확장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를 가지고 계산을 해요. 우주 자체를 컴퓨터로 만듭니다. 우주의 전체 에너지 나누기 상수 하면 어떤 속도가 나올 거예요. 결과를 1초 동안 우주가 10의 105승 번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10의 100승을 구골(googol)이라고 합니다. 검색 엔진 구글의 이름이 거기서 나온 거예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서 좀 실망했어요. 이것밖에 안 되나? 여러분이 우주의 모든 입자, 질량을 에너지로 다 바꿔서 계산을 해도 1초에 10의 105승 번밖에 못 합니다. 우주가 만들어진 지 지금까지 137억 년이 되었는데 이 시간을 곱하면 우주가 지금까지 10의 122승 정도의 계산을 수행한 겁니다. 이게 다에요. 그뿐만 아니라 우주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 텐데 수소 원자가 대략 1제곱센티미터 안에 몇 개 들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것으로 환산해 보면 우주가 가질 수 있는 총량이 1090=10^90 비트밖에 안 됩니다. 우주가 광활하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1090=10^90개의 비트를 가진 유한한 크기의 컴퓨터고요, 탄생 이래 지금까지 10122=10^122번의 계산을 수행한 것이 다입니다. 그게 우주 전체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자체를 컴퓨터라고 보는 게 그렇게 황당한 이야기는 아닌 거지요.
이명현(사회자): 소설 속에서는 ‘숙고’ 컴퓨터를 통해서 ‘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결론’을 42라고 내리지요. 저는 그 주제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허블 상수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우주가 팽창을 얼마나 빨리하느냐는 계수인데, 이게 우주의 나이와도 관련이 있고 중요한 계수거든요. 제가 대학원생 때만 하더라도 ‘허블 전쟁’이라고 불렸습니다. 50과 100이라는 값을 가지고 싸우는 두 파벌이 있었습니다. 100이라고 하면 우주의 나이가 100억 년이고 50은 200억 년입니다.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불쌍한 사람은 대학원생입니다. 발표를 할 때 모든 절댓값에 이 값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불쌍한 대학원생들은 75를 썼어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안전한’ 값으로 대학원생 허블 상수라고 불렸습니다. 그게 2000년대 들어와서야 해결이 되었는데 옳은 값이 71, 72 정도 했습니다. 대학원생 값이 얼추 맞았던 거죠. 절박한 사람일수록 맞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50이라고 주장했던 교수 중에 42를 주장하는 논문을 쓰신 분이 계십니다. 어느 날 신의 계시를 받았는데 갑자기 신이 나타나서 42라고 했대요. 그래서 42가 허블 상수다. 이 논문이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논의가 많이 되었고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가 허블 상수를 계시해 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계산할 때 늘 75를 쓰면서도 42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우리가 뭔가 잘못하는 것 같고 그랬거든요.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습니다.
김상욱(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 그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신 이야기와 결부될 것 같은데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에서도 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금 이야기한 대로 우주의 시작과 끝, 우주의 근원, 이런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이 아직 답을 모르잖아요. 과학이 모를 때 필요한 게 신입니다. 『히치하이커를 위한 과학』을 보면 재미있는 예가 많이 나와요. 궁극의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인가. 우주가 무엇이고 도대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우주를 설명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물리학이 기반을 두는 철학입니다. 우주를 어떤 간단한 한두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어요. ‘오컴의 면도날’이라고도 하는데 한 현상을 다섯 개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고 두 개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으면 두 개 쪽을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걸 끝까지 밀어붙이면 결국 모든 것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물리학자들이 믿고 추진을 하는 중인데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이런 경향에 대해서 물리학자 존 휠러가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궁극의 법칙이 있다면 그 녀석은 반드시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선험적 법칙으로부터도 나올 수 없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가능한가?”라는 거예요. 신이 가지는 딜레마랑 비슷해요.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는데 빅뱅 전에는 뭐가 있었는가? 항상 그것 때문에 신이 도입되는데요. 종교를 믿는 분들은 기뻐하시지만 금방 모순이 나오죠. 그 신은 또 누가 만들었을까? 똑같아요. 궁극의 이론이 나오는 순간 그 이론은 누가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론이 홀로 서지 않는 한은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됩니다.
-그들은 ‘신은 스스로 존재한다’고 강변하지만 그 답변은 세상의 모든 것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이론 아닌 주장이므로 설명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게임 이론의 아버지인 폰 노이만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 공집합이 하나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공집합 플러스 정신(mind)이 있으면 자연수의 집합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는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잘 들어 보세요. 먼저 공집합이 있습니다. 공집합은 원소를 갖고 있지 않은 집합이에요. 여기 정신이 있어요. 그 정신이 공집합을 쳐다봅니다. 아무것도 없죠. 이제 정신은 공집합이 공집합을 포함함을 깨달아요. 공집합의 중요한 특징이 그 자신을 포함할 수가 있습니다. 적어도 1개의 부분 집합을 가지고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도약입니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1을 만들어 냅니다. 그 부분 집합인 공집합이 다시 자기 안에 자신과 같은 똑같이 비어 있는 공집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순간 2가 만들어집니다. 무에서부터 자연수를 만들어 낼 수가 있어요. 일단 자연수가 나오면 끝입니다. 그다음에 유리수, 무리수가 만들어지니까요. 동의하시나요?
우주의 근원이나 우주의 본질을 어떤 대상으로 만들면 그 대상의 존재를 설명해야 해요. 물리학은 유물론이니까. 이걸 피해 가는 방법은, 이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바꾸면 됩니다. 여러분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시면 안에서 게임 캐릭터들이 왔다갔다 움직이잖아요. 우리가 보면 한심하지만 캐릭터 입장에서는 그게 실재라고 믿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어떤 우주 안에 있고요. 눈앞에 놓인 아이템이 진짜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충분히 있어요. 믿/먹으면 힘이 납니다. 아이템은 사라지고요.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그것이 실제 있는 게 아니라 ‘아이템이 있다.’라고 써 놓은 것이거든요. 문장인 겁니다.
그래서 지금 과학자들은 우주의 근원이 물질이 아니라 정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여기에 볼펜이 있다가 아니라 여기 볼펜이 있다는 문장이 있다는 거예요. 우주가 입자들의 집합이 아니라 이런 상태를 기술하는 진술(statement)의 집합이라는 거죠. 그렇게 해 버리면 어려움을 피해 갈 수 있어요. 법칙은 문법이, 프로토콜이 됩니다. 우주는 10의 122승짜리 계산밖에 못 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압니다. 모든 정보는 0과 1로 쓸 수가 있어요. 어떤 종류의 정보도 다 0과 1로 쓸 수가 있고요. 0과 1은 결국 0이라는 비어 있는 것과 1이라는 자연수로 쓸 수가 있어요. 여러분이 공집합으로부터 1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우주를 무에서부터 만들어 낼 수가 있죠.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우주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우주 안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거예요. 논리학에서 모순이 생기는 극명한 상황이 자신이 자기 자신을 기술할 때 모순이 생길 수가 있어요.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그 자신이 한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양자 역학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어떤 답을 내기 위해서 내가 대상이 있을 때 그 대상을 내가 측정하면 답을 얻을 수가 있어요. 대상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뭐냐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두 개가 분리되어 있어요. 그래서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시 세계만 측정할 수가 있어요. 미시 세계는 측정을 못 해요. 측정하는 순간 거시 세계로 환원이 됩니다. 이것이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건데, 따라서 양자 역학적 해석에 의하면 외부의 어떤 관측자 없이 내부의 시스템이 그 자신을 자신이 측정할 수가 없어요. 측정이라는 것의 개념 자체가 외부의, 나와 다른 존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주 전체에 대해서 무슨 질문을 했을 때 (이 우주가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다면) 우주 밖에서 우주를 측정하지 않는 한 우주를 측정한 결과를 얻어낼 수가 없어요. 이 안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양자 역학적인 중첩 상태에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정보로 귀결되지가 않아요. 이게 하나의 중요한 문제이고요. 또 한 가지는 제가 예를 들어서 지금 여기 앉아 있는데요. 저기 앉아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여기 아니면 저기 앉아 있으니까 이 상황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1비트의 메모리가 필요해요. 내가 기술하는 물질이 가질 수 있는 상태만큼의 메모리가 있어야 이 상태를 기술할 수가 있어요. 만약 여기 상태가 하나 둘 셋 네 개 내가 어디든 앉을 수 있다고 합시다. 네 개의 상태가 있지만 내가 메모리가 1비트밖에 없으면 이 상태를 기술할 수가 없어요. 우주 전체를 이해하는 데는 우주 전체만큼의 비트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우주 전체에 대한 질문을 했어요.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그것을 우주 안의 유한한 자원 가지고 설명을 하려고 해요. 원래는 안 되는 겁니다. 어딘가 빠뜨릴 텐데 빠뜨려도 된다는 이론이 있지 않은 한은 완벽한 설명은 불가능해요. 결국은 우리가 유한한 자원으로 하면 어딘가 불확실하고 빠진 게 나오기 때문에 답이 불확실하고요. 계속 키워 갈 거예요. 자원을. 그래서 답을 얻는 순간은 그 컴퓨터가 우주 자신이 되는 순간일 겁니다. 그런 걸 깔고서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원 작성자의 결론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양자역학에서 불확정성의 원리에서 확률은 0에 무한히 가까워지지만 결코 0은 될 수 없다. 별개의 사항이지만 42는 많이 틀렸습니다. 허블상수는 71, 72 정도였습니다. 대학원들도 50에서 100사이에서 75정도로 봤으니 무척 많이 틀린 거죠. 허블상수에 따라 우주의 나이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달라진다. 42는 신의 계시에 따라 제시한 숫자일 뿐입니다. 사안이 심각하고 어려울수록 창조신이 등장하는데 신이 먼저입니까? 우주가 먼저입니까? 두고두고 할 말이 많을 겁니다. 그러므로 그냥 남겨둡시다.
우리 은하가 1조 개의 태양을 가지고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우리 은하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의 크기이므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할 얘기가 많겠죠? 다음에 거론합니다.
-<도봉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