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공지사항

관악산계곡으로 물놀이 갑니다(詩山會 제488회 산행)

도봉별곡 2024. 7. 13. 00:48

 

 

 

관악산계곡으로 물놀이 갑니다(詩山會 제488회 산행)

때 : 2024. 7. 13.(토) 10 : 30

곳 :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

 

1. 시가 있는 산행

 

바람이 불면 죄인이 된다 / 도봉 김정남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아파해야 하니 윤동주 님의 시는 나 개인으로 볼 때 기막힌 묵시록이다

바람이 불면 죄인이 된다 좋지 않은 업이 작동했을까

내 통증은 겸손과 반비례한다

소낙비로 만든 지붕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내가 비구름이 근처만 오면 목 뒤 어깨부터 오는 통증은 기압의 차이 때문이라는데 사건의 본질은 아니니 실익이 없는 논쟁이고

119차로 응급실로 실려 가기 전 이마를 지구에 부딪칠 때부터 가물거리던 의식은 언제 놓아버렸는지 모르겠고

눈을 떴을 때 아내는 고리눈을 하고

딸들의 눈물 고인 눈을 볼 때

그토록 사무치게 좋아하는 좋은 술을 끊기로 했다

의식이 깨어나서 통증을 호소하는 내게 모르핀을 투여한 후

의사가 와서 처음으로 한 말 “백만 개의 바늘이 팔을 쑤시죠?” 의사 점쟁이다

통증이 심해 모르핀을 계속 투여해야 했고

참지 못해 한 번 더 요구했어도 하루 세 번은 안 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간호사

주치의가 찾아와서 꺼낸 낸 말 중 기억나는 두 번째 말이 “기계톱이 있다면 팔을 끊어버리고 싶죠?‘ 아니 이 사람이 의사야 점쟁이야!? 문진이 끝나고 ”수술하면 아주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하루에 1mm씩.“ 목에서 팔 끝까지 1.2m이므로 3년 반은 걸리겠다고 추측했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에도 아플 수 있다니, 그 좋아하는 바람과도 이별을 해야 하네 바람의 신 엘렐과도 이별해야 하네

MRI 영상 판독으로 디스크가 빠져나온 상태로 보이는데 일단 열어보고 판단하겠다고 3 – 4 - 5 – 6 - 7번 경추를 열어보니 3 – 4 – 5번 사이의 디스크는 정상은 아니지만 4개를 갈아 낄 때 부작용을 고려하여 지켜보기로 하고 5 – 6 – 7번 사이 디스크는 떼어내고 의학용 인공 물질을 채워 넣고 삐뚤어진 경추를 하나의 티타늄 금속판으로 고정시켜야 하는 수술을 했다 수술 후유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통증은 아리고 쑤시고 저린다 표현하지만 복합 통증이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기회가 되어 호기를 부릴 겸 시험 삼아 소주잔으로 막걸리 한 잔 마셨다가 온 손바닥이 불에 데인 듯 묘하게 쑤시고 아리고 저려 혼났다

원고지 800매 한 권과 600매 두 권의 단행본을 준비하다 공히 1/3씩 써놓고는 중단했다 손끝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 자판을 두드리는데 보통의 고통을 넘어선다 더구나 오른쪽 새끼손가락 통증이 가장 심해 쉬프트 키를 누르지 못하니 ㅃ ㅉ ㄸ ㄲ ㅆ 다섯 개의 된소리를 두드릴 수 없어 오타 수정이 귀찮아 긴 글을 쓰는 것을 중단했는데 이것은 하늘의 뜻이다 아직 그만한 글을 쓸 실력이 부족하니 튀어나온 것들 부드럽게 더 연마를 하고 부족한 것들 채우고 다시 쓰라는 뜻이다 대신 시는 짧아서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탄 작가 한강처럼 볼펜으로 자판을 두드려도 가능하니 시를 더 열심히 쓰라는 뜻이다 누구는 시인이 될 조짐이 있다는 계시라 하나 어림없는 말이다 ‘시인의 묵시록’이라도 쓰라는 건가

젓가락질을 왼손으로 할 수 없어 포크질을 하니 남사스러워 식사자리를 피해야 하니 용돈이 남아 좋다

스치는 바람결을 피하기 위해 팔 붕대를 감고 목 보호대를 해야 하니 자리 양보를 받아 좋고 따지고 보니 좋은 것도 많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몸이 괴로운 건 참고 살면 되는 거고 죽는 게 두렵지 않지만 한편 죽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루에 1mm정도 신경이 복원될 수 있지만 점점 더 고물이 되어가며 별 쓸모가 없어졌으니 하늘도 거의 포기한 상태라 80% 복원이 되면 다행이다 목뼈가 7개인데 경추가 척추 통증보다 7배가 더 심하다는 의사의 말 - 그들은 절대 극단적 표현을 삼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 에 나도 별 기대하지 않고 ‘아니면 말고’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무리 아파도 경추는 건드리지 말고 아퍼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내 통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세히 설명하는데 앞으로 통증 타령은 여기까지만

 

붓다는 선과 악의 결과물이라는 업이 있다는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있다고 해서 나쁠 것이 없고 유익할 뿐이라고 했다 나의 통증은 내 악업의 결과로 생각한다

 

통증은 끊임없이 계속 이어가겠지만 궁금증을 풀어드렸으니 내 통증 타령은 여기서 그친다

 

ㅡ이 시를 수록한 시집의 제목은 무호흡증후군이다. 문우 중 오랜 절친 박수우 시인께서 지어준 제목이다. 재활과정에서 헬스를 하게 되고 헬스만으로는 부족했던지 헬스 트레이너의 권유로 수영에 입문하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기본 수영을 할 줄 알았다. 새로운 폼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정상적인 수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득이 무호흡 수영을 하게 된다. 7개의 목뼈 중 3개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았으므로 당연히 목을 돌리거나 들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수영을 하면 목을 돌려야 하는 자유형과 목을 들어야 하는 평영과 접영에서 숨쉬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때 코치의 권유로 목을 돌리거나 들지 않아도 되는 무호흡 수영을 배웠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으나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다. 무호흡 수영의 장점은 자세 교정이 쉽고 심폐 기능이 증진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외의 효과를 봤다. 무호흡 수영은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한 달에 1kg씩 체중이 줄면서 6개월 후 6kg이 줄었다. 그때 71kg에서 65kg으로 줄어든 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식사량과 질에 변화가 있어도 체중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부단한 자세 교정으로 모든 영법을 터득하고 숨쉬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는 신이 내려준 고마운 운동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 노력해도 별 효과가 없는 사람에게는 적극 권한다. 내게는 망외望外의 소득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487회 '남산둘레길' 산행<2024.06.23(일) /김종화

 

2024년 6월 23일(일) 11시, '시산회' 산우들은 동대입구역에서 만나 신라호텔의 뒤편 '서울한양도성 순성길'과 '남산둘레길'을 산책하고 남산골 한옥마을로 내려왔다. 남산에는 다양한 둘레길이 있다. 남측, 북측순환로 뿐만 아니라 '한양도성 순성길' 등의 둘레길이 있다.

 

'남산둘레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걷기 좋은 코스로 남산의 정상인 N서울타워를 중심으로 남산도서관 및 국립극장과 와룡묘 등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도보의 길이다. 이번에는 동대입구역 5번 출구의 장충체육관에서부터 '서울한양도성 순성길'과 국립극장 뒤편 북측순환길을 걷고, 필동쉼터(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며, 동반시를 전작 산우가 낭송하였다.

 

뒤풀이는 서울시 중부공원 여가센터에서 남산골 한옥마을로 내려와 남산골 전통정원을 둘러 충무로역 근처 횟집을 찾아갔다. 횟집은 '좋을 호'(好) 식당으로 신선도가 좋은 생선을 매일 잡아 숙성하여 제공하고 있었다. 참돔, 민어, 광어, 연어회 등 모듬회에 소·맥주를 맛있게 먹고, 충무로역에서 헤어졌다. 산우들 모두가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빌면서...

 

◈ 산행일/집결 : 2024년 6월 23(일) /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11시)

◈ 참석 : 15명 (세환, 정남, 종화, 진석, 진오, 경식, 원무, 용복, 전작, 동준, 일정, 문형, 광일, 양기, 황표)

◈ 산행코스 : 동대입구역-장충체육관-신라호텔뒷편-한양도성순성길-골프연습장-국립극장옆-석호정-필동쉼터(정자) -한옥마을(남산골)-충무로-뒤풀이장소-충무로역-집

◈ 동반시 : '단오' / 곽재구 (박형채 산우 추천)

◈ 뒤풀이 : '회 정식'에 소·맥주 / '좋을 호'(好)식당 <중구 층무로역 7번 출구 (02) 2277-7220>→ 정남 산우 협찬

 

※ 동반시

 

'단오' / 곽재구 (전작 산우 낭송)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사공도 없이

저 혼자 아침 햇살을 맞는 곳

 

지난밤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

눈동자를 빛내던 신비한 여울못을

찾아 헤매었답니다

 

사랑하는 이여

그곳으로 와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햇창포 꽃잎을 풀고

매화향 깊게 스민 촘촘한 참빛으로

당신의 머리칼을 소복소복 빗겨드리겠어요

 

그런 다음

노한 원추리꽃 한 송이를

당신의 검은 머리칼 사이에

꽂아드리지요

 

사랑하는 이여

강가로 나와요

작은 나룻배가 은빛 물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곳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를 감겨드리겠어요

그곳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빗겨드리겠어요

 

ㅡ김종화 올림

 

3.가는 곳

관악산역을 서울대 입구에 맞닿아있다. 신림선이 개통되면서 버스로 서울대입구역에서 관악산역까지 타고 와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났다. 서울대 입구 옆으로 난 길로 40분 정도 가면 계곡물을 가둬 어른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너른 웅덩이가 나온다. 애들 놀기 좋다. 옆에 그늘이 있어 잠시 앉아 쉬기도 좋다.

 

4.동반시

 

구름의 특성을 통해 초탈한 삶을 희구한 시다. 도봉이 손녀들을 돌봐주기 전에 살고 싶었던 삶이다. 손녀 하나만 봐주기로 약속하고 시작한 육아인데 실수로 둘째를 갖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봐주게 됐다.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은 보람으로 가득 차고 순수해지는 결과를 갖게 됐다. 하늘 아래 이보다 중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태어난 손녀에게 고맙고 이들을 만들어준 사위와 딸에게 고맙다. 딸이 삼성SDA에서 삼성생명을 지원하는 업무를 하다가 현대차증권으로 스카웃되어 왔다. 현대차증권에서 삼성의 업무 스타일을 도입하기 위해 옮긴 것인데 아직 삼성의 스타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분위가가 달라 답답한 차에 친정인 삼성생명을 옮기는 과정 중이다. 마침 최종 결정이 난 모양이다. 하여 매우 기쁜 날이다. 굳이 두 그룹을 비교하자면 삼성의 스타일은 효율을 중시하고 스마트한데 반해 현대는 계급을 중시하여 무척 고루하다고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야근을 시간 외 수당을 주면서까지 시키는 오랜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쳇말로 노가다 스타일이다.

 

구름 / 이재무

 

구름으로 옷이나 한 벌 해 입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밑

이마까지 그늘 끌어다 덮고

잠이나 잘까 영일 없었던 날들

마음 속 심지 싹둑 자르고

생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적막의 심해 속 들어앉아

탈골이 될 때까지 실컷 잠이나 잘까

한 잎 이파리로 태어나

천년 바람이나 희롱하며 살까

 

2024. 7.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이 모인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