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별곡
2024. 7. 14. 19:07
간화선 10종병
10종병은 조주의 無字 화두를 잡을 때 수행자들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병편이다.
간화선은 대오선(待悟禪)이 아니다.
지극한 이치를 궁구함에는 깨침으로써 법칙을 삼음이라.
그러나 첫째로 마음을 두어 깨치기를 기다리지 마라.
만일 마음을 두어 깨닫고자 기다리면, 기다리는 바의 마음이 도의 안목(道眼)을 장애하여 급할수록 더욱 더디어 진다.
단지 화두를 잡아가다가 문득 잡아가는 곳을 향해서 생사심(生死心)이 끊어지면, 이것이 곧 집에 돌아가 편안히 앉은 곳이다.
[서장(書狀)]
간화선에서는 본래 부처라는 것을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서 깨침을 법칙으로 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깨침을 기다려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절인연이 무르익어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는 저 과실열매처럼 충분히 익을 때를 기다려야지, 생짜로 나뭇가지를 흔들어 떨어뜨리거나 미리부터 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익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즉 간절하기는 하되, 속효심(速效心)을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깨침을 기다리는 마음은 조급한 심정으로 알음알이를 내게 하며, 이러한 사량(思量) 계교(計巧)야 말로 공부를 제대로 되지 못하게 하고 의정(疑定)*을 일으킬 수도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점은 깨침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의정(疑定)---염불을 하다가 공부가 깊어지면 되 뇌이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면 비로소 의정(疑定)이라 할 수 있다. 화두의 경우 정신통일이 됐다면 그것을 의정(疑定)이라 한다. 화두를 염(念 : 생각으로만 화두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으로 잡든 송(誦 : 소리 내어서 말로만 되풀이 하는 것)으로 잡든 관계없이 의정(疑定)을 들지 못하면 사구선(死句禪)이라 한다. 그러나 염으로 화두를 잡든 송으로 잡든 의정만 들면 활구선(活句禪)이라 한다.
간화선을 할 경우, 화두를 놓치지 않으면 이게 의정으로 변해 의정이 우리 몸의 60조에 달하는 세포에 가득 차고, 완전히 의심덩어리가 된 몸과 마음 전체가 의단(疑團)으로 변했을 때 바로 그때 완전한 삼매가 형성되고, 여기서 굉장히 강한 사띠(念-마음챙김)가 형성된다. 화두를 아무리 강하게 잡고 끝까지 밀어붙여도 전혀 병통이 없는 것은 사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공부 자체에 대한 탐욕으로 마음공부를 해서 대접받고자 하든지, 또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자 하든지, 타인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자 한다든지, 뭔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이러한 마음 자체가 이미 욕심이기 때문에 화두를 참구해도 모든 망념이 끊어지고 의정(疑定)이 분명한 화두삼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깨닫겠다는 일념은 중요하다. 그러나 깨침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단지 화두에 몰두해서 생사심이 파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깨침을 얻고자 기다리다 보면 그로 인하여 장애가 되어 깨침은 더더욱 더디어질 따름이다.
간화선은 결코 대오선(待悟禪)이 아니다. 오히려 그 깨침을 기다리는 마음까지도 화두라는 용광로 속에 집어넣어 녹여버려야 한다.
경산대혜 선사도 '평소에 지견이 너무 많아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이 앞에서 장애를 짓기 때문에 자기의 정지견(正知見)이 현전치 못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애라는 것 또한 밖에서 온 것이 아니요, 또 별다른 일도 아니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분간할 것이 있겠는가? 이른바 십종병(十種病)이란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이 근본이 되는 것이다.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
여기서 말하는 십종병이란 '조주 무자'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가장 주의하여야 할 병통 열 가지를 말한다. 조주 무자 화두는 모든 화두의 대표격이므로, 결국 이것은 일반적으로 화두참구에 있어서의 열 가지 병통을 말해 준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내용은 전적에 따라 약간의 출입이 있지만 대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다.
① 유(有)와 무(無)의 알음알이를 짓지 말며 (不得作有無會)
② 진무(眞無)의 무(無)로 생각지도 말고 (不得作眞無之無卜度)
③ 도리(道理)로써 이해하려고 하지 말며 (不得作道理會)
④ 의근하(意根下)를 향해서 사량하고 계교하지도 말며 (不得向意根下思量卜度)
⑤ 눈썹을 치켜 올리고 눈을 깜박이는 데서 캐내려고 하지도 말며 (不得向揚眉瞬目處 根)
⑥ 어로상(語路上)에서 활계(活計)를 짓지도 말며 (不得向語路上作活計)
⑦ 일 없는 갑옷 속에 드날려 있지도 말며 (不得揚在無事甲)
⑧ 화두를 들어 일으킨 곳을 향하여 알려 하지 말며 (不得向擧起處承當)
⑨ 문자로써 이끌어 증명하지 말며 (不得文字中引證)
⑩ 어리석음을 가져다 깨닫기를 기다리지 마라 (不得將迷待悟)
[간화결의론]
이러한 열 가지 병이란 것도 알고 보면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대오지심(待悟之心)을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 스스로를 못 깨친 중생으로 묶어 놓는 것이며, 나아가 깨침을 얻기 위해서 갖가지 계교나 사량분별 및 허망한 노력을 하게 만드는 근원처인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한 개 無자만을 간(看)할지언정 깨닫고 깨닫지 못한 것과 뚫고 뚫지 못한 것을 관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즉 간화선을 닦는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기피하여야 할 점은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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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교본(修禪敎本)의 원 출처는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입니다. 그러나 저는 원오스님의 카페에서 퍼 왔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한자어를 한글어로 해석했고 그것은 직역도 아니고 의역도 아닌 것이 알아듣기 어려워 보다 쉬운 한글 시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현대시로 각시/바꿔서 지어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