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시에서 계절과 사랑을 읽다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 / 172

도봉별곡 2024. 11. 20. 02:59

쓰기라는 오만한 세계 / 파리리뷰

 

작가란 어떤 사람인가 / 172

 

아마 스페인 시인인 것 같은데(칼데론 데 라 바르카였을 겁니다), 그는 평생 한쪽 팔만 쓸 수 있는 수영선수처럼 살았다고, 다른 팔로는 물결 위로 자신이 쓴 시를 쳐들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소중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상한 일이지만 우리는 예전보다 시로부터 훨씬 멀어진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대다수 사람은 시에 관심이 없거나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교양 있고 세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그림에 대해 좀 알기 때문에 미술관에 갑니다. 음악에 대해 좀 알기 때문에 음악회에 갑니다. 그러나 시인들을 제외하면 시에 관심이 있거나 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인들은 다른 사람이 시를 읽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그런 까닭에 많은 시인이 각자의 시를 통해 서로 소통할 방법을 고안해왔는데, 독자들은 대개 그런 시를 어렵게 생각합니다. 물론, 산문은 더 쉽습니다.

존 홀 휠록

 

셰익스피어가 특화된 관객만을 생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셰익스피어는 모든 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했고, 그러기 위해 가장 세련된 지식인들(몽테뉴의 저서를 읽은 사람들)을 위해 일부 작품을 쓰고 섹스와 피에만 환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훨씬 많은 작품을 썼습니다. 저는 적당히 다양한 매력을 풍기는 플롯을 구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를 보면 지식이 아주 풍부한데, 아마 가장 대중적인 요소와 기초적인 수사학의 매력으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입니다. 그 시는 엘리엇이 박식가로서 경험한 여행의 종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학식을 쌓는 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제 생각에 모든 작가는 청중을 창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 청중은 작가 자신의 모습 속에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청중은 바로 거울입니다.

앤서니 버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