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붓다 이야기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중국의 불교 굴기



한마디로 입이 떡 벌어졌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지난 20일 찾아간 중국 사찰 파먼쓰(法門寺)다. 산시성(陝西省) 성도(省都)인 시안(西安)에서 서쪽으로 120㎞ 정도 떨어진 파먼쓰는 사찰보다 단지(團地)에 가까웠다. 산속 조용한 절집에 익숙한 우리에게 무척 낯선 풍경이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손님을 맞이하는 첫 번째 문부터 그랬다. 흔한 일주문(一柱門)이 아니었다. 초대형 신전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중국 산시성 시안을 대표하는 사찰 법문사 정문 풍경.

중국 산시성 시안을 대표하는 사찰 법문사 정문 풍경.

 
파먼쓰는 1700년 역사의 고찰(古刹)이다. 특히 부처의 진신사리(왼손 가운뎃손가락 중간마디 뼈)를 모신 곳으로 유명하다. 9세기 당(唐)나라 시절 13층 8면탑 아래 지하궁전을 만들어 사리를 보관하기도 했다. 1981년 폭우로 무너져 내린 탑을 87년 보수하는 과정에서 지하궁전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중국 선불교를 대표하는 사찰로 이름을 알렸다.
 
부처의 진신사리가 처음 발견된 파먼쓰 사리탑. 지하에 따로 궁전을 마련했다.

파먼쓰를 관통하는 중앙도로 끝에 위치한 새 사리탑. 높이가 148m에 이른다.

    
사찰 정비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절 주변에 음식·숙박을 포함한 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문화대혁명(1966~ 76) 당시 불교 유적을 망가뜨렸던 중국 당국은 요즘 종교를 적극 끌어안는 모양새다. 제도로서의 종교를 인정하고, 이를 사회통합에 활용하려는 뜻으로 보인다. 그 복판에 불교가 있다. 중국 14억 인구 중 약 1억 명이 불교를 믿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방문은 중국 외교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갈등이 수그러들면서 한국 관계자들에게 중국 불교의 오늘을 공개했다. 양국 문화교류를 다시 튼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반면 아쉬움도 컸다. 부처의 가르침은 ‘덩치’ ‘과시’에 있지 않다. 만물은 평등하고, 너나없이 연결돼 있다고 깨우쳤다. 파먼쓰의 전성기였던 당나라가 번성한 요인도 타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였다.
 
박정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중국의 불교 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