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신앙
미륵불 또는 미륵보살에 대한 신앙을 말한다. 미륵보살은 대승불교의 대표적 보살 가운데 하나로 자씨(慈氏)보살이라 불리기도 한다. 석가모니로부터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은 뒤 도솔천에 올라가 천인(天人)들을 위해 설법하고 있다.
그는 석가모니가 입멸한 지 56억 7,000만 년이 지난 후에 사바세계에 태어나 화림원 안의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여 미륵불이 되고, 세 차례의 설법(龍華三會)을 통해 석가모니가 구제할 수 없었던 중생을 남김없이 교화하게 된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이 세계가 생겼다 없어지기까지의 기간인 현겁(賢劫) 동안에 나타난다는 1,000명의 부처 가운데 석가불은 네번째이고 다섯번째가 미륵불이다.
석가모니 가르침의 기조는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자력으로 번뇌를 끊고 부처가 된다’는 개인 구제 사상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중생이 수행을 통해 스스로 구원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서 스스로 번뇌 망상을 끊지 못하는 중생들에 대한 집단 구제의 신앙인 미륵정토사상, 즉 미륵신앙이 나오는 것이다.
미래의 부처, 아직 오지 않았으나 반드시 와야 할 부처인 미륵불을 기구하는 미륵신앙은 미래사에 대한 희망의 신앙으로서 현세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퍼져 왔으며, 흔히 지나치게 이론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불교가 가질 수 있는 구체적 신앙의 형태로 민중 속에서 자리 잡아왔다. 또한 관음신앙이나 지장신앙, 미타신앙 등 다른 불교신앙의 형태가 개인 위주의 신앙인 데 비해, 미륵신앙은 민족이나 계층 등 집단적 신앙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미륵신앙 가운데서도 현세에서 공덕을 쌓아 보살이 있는 도솔천에 태어나고자 하는 것이 미륵상생신앙이며, 보살이 더욱 빨리 이 땅에 와 구원해주기를 기원하는 것이 미륵하생신앙으로 서양의 메시아사상과도 비교된다. 상생신앙이 강한 인도나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하생신앙의 흔적이 많다.
고구려에 불교가 전래되던 때 함께 들어왔으리라고 추정되는 미륵신앙은 삼국 시대에 가장 성했다. 고구려에서는 죽은 어머니가 용화삼회에 참석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미륵불상을 조성했다. 백제 때는 미륵삼존이 출현한 용화산 밑의 못을 메우고 미륵사를 창건하여 백제 미륵신앙의 중심사원으로 삼았다. 신라에서는 미륵신앙의 이상세계를 신라 사회에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바람 속에서 화랑(국선)을 곧 미륵으로 보는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화랑도가 크게 떨쳤다. 김유신이 자기의 낭도들을 용화향도라 불렀던 것,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의 주불이 미륵불이었던 것, 그 밖에 『삼국유사』의 기사 가운데 미륵불에 관련된 설화가 많은 것은 모두 신라 사회에 미륵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고려 시대로 접어든 이래, 미륵신앙을 중시하는 법상종이 선종과 화엄종 세력에 밀리면서 미륵신앙은 표면적으로는 두드러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특정 사찰을 중심으로 미타신앙·관음신앙과 함께 기층민중 속으로 파고들어 면면히 이어지며 특히 정치적·사회적 변혁기에는 민중의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의 귀의처가 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중 속에 뿌리 박고 있다.
한편, 역사에서는 후백제의 견훤이나 고려 우왕 때의 이금, 조선 숙종 때의 여환처럼 스스로 미륵불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소외된 민중의 변혁에 대한 갈망을 가로챈 경우도 종종 있어서 미륵신앙의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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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사터 석조미륵보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미륵보살반가상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출처] 미륵신앙|작성자 임기영불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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