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닫힌 문에만 부딪치니 심히 어리석구나. 백 년 동안 옛 책만 보고 있으니, 어느 날에나 벗어날 것인가.”
도봉별곡2023. 9. 20. 05:00
원영 스님의 마음 읽기 -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
중앙일보 2023.09.13
저녁 무렵, 문을 조금 열어두고 책을 보는데, 불빛 따라 들어왔는지 어디서 왕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나가는 문을 못 찾고 이리저리 헤매고 왕왕거렸다. 어찌나 사납게 돌아다니는지 내 정신까지 시끄럽게 만들었다. 마침 『화엄경』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이 광경을 보노라니, 옛 선사 말씀이 떠오른다. “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닫힌 문에만 부딪치니 심히 어리석구나. 백 년 동안 옛 책만 보고 있으니, 어느 날에나 벗어날 것인가.” 『화엄경』을 보던 은사 스님에게 제자가 한 말인지라 떠올리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현재를 보지 않고 옛 종이만 들여다봐서야 되겠는가.
요사이 나는 그간 둔감했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있다. 자기 자신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더러는 남이 더 잘 알아챈다. 적어도 스스로 외면한 부분에 한해서는 그런 것 같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뜻밖의 곳에서 만났다. 묵묵히 앉아서 참선한다거나 경을 읽는다거나 삼천 배를 해서 터득한 것이 아니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갱년기 증상 때문에 방편을 모색하다가 한 선생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과의 대화가 뜻밖에도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